유혹

“세포(細胞)는 이리저리 헤엄을 치다가 다른 세포의 편모(鞭毛)에 스친다. 동성일 경우에는 ‘미안, 착각을 했어요’라고 말하고는 각자의 길을 가지만 이성을 만나면 그때는 완전히 얘기가 달라진다. 서로 더듬으며 애무를 시작한다. 서로의 편모로 감싸며 핵(核)끼리 접촉할 수 있도록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 프랑스의 식물학자이며 시인인 클로드 귀댕의 저서 ‘살아있는 모든 것의 유혹’에 나오는 대목이다.

생명체가 최초로 발견한 유혹의 기술은 색(色)이었다. 40억년 전 지구의 표면에 떠 있던 원자들이 합성하는 단계에서 기적적으로 색깔의 아버지인 엽록소가 탄생했다. 세포는 분자의 합성 사슬 모양을 수정해 가며 색에 이어 냄새를 만들고 페로몬이나 동식물성 호르몬의 근저가 되는 스테롤과 카로티노이드가 생성된다. 6천500만년 전 공룡의 멸종도 유혹의 관점에서 보면, 운석충돌로 태양빛을 받지 못한 식물들이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만들지 못해 멸종했고 제대로 먹지 못한 공룡 역시 멸종을 재촉했다. 그런데 식물·곤충·어류·조류·포유류의 유혹의 기술은 사람보다 격정적이고 신비롭다고 한다. 프랑스 토종 난초인 오프리스 아피페라는 페로몬을 뿜어내며 암벌의 엉덩이 모양을 빼닮은 꽃부리로 수벌을 꼬드긴다. 이는 머리카락에 수직으로 붙어 배를 밀착시킨 채 오랫동안 사랑을 나누며 심한 경우 수컷이 탈진해 죽기까지 한다. 식물은 다채로운 꽃잎의 화관, 암술 위에 올라앉은 씨방, 화분을 담은 수술 등 유혹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경이로운 생물체다. 농어는 오럴섹스를 발명해냈고 버지니아의 암컷 거북은 ‘1분에 여섯 번’이나 눈을 깜박여 수컷에 관심을 표시한다. 달팽이들은 서로를 유혹할 때 엄청난 양의 점액을 분비해 더없이 부드러운 애무를 즐긴다. 포유류에 이르면 꼭 수태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성행위를 하고 상대를 유혹한다.

그러나 인간은 유혹의 초절정 고수지만 사실은 곤충이나 어류, 파충류, 조류 등이 자랑하는 그 어떤 장식도 갖지 못한 불쌍한 존재라고 한다. 미용술과문신 등으로 자연을 모방해 복잡한 유혹의 기술을 만들어낼 뿐이다. 사람의 자연미는 그래서 생각나는 모양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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