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의 남쪽
국경 너머엔 또다른 사랑이…
‘국경의 남쪽’(감독 안판석 제작 싸이더스FNH)은 ‘차승원의 첫 멜로 영화’란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 개인통산 관객 동원 2천만명을 넘어선 점에서 알 수 있듯 차승원은 관객들에게 결코 실망하지 않는 재미를 줘왔다. 코미디 전문 배우로 굳혀가나 싶을 때 ‘혈의 누’나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을 선택해 연기 폭이 만만찮음을 드러냈다.
‘국경의 남쪽’은 배우 차승원의 존재감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영화다. 지금까지 나온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중 가장 현실적이며 소박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북에 두고 온 연인을 잊지 못하는 탈북 청년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남측 여자와 결혼하지만 뒤늦게 자신을 찾아 목숨 걸고 내려온 연인을 보며 가슴 찢기는 고통을 겪는다. 흔히 영화적이라고 표현되는 극적인 감정의 동요를 쫓아 가기 보다는 북한 사람 역시 우리와 똑같이 사랑에 기뻐하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일 뿐이란 사실을 강조한다.
만수대 예술단 호른 주자 김선호(차승원 분)는 인민해방전쟁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할아버지를 둔 덕에 북한에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산다. 그에겐 “국사발에 네 얼굴이 동동 뜨니 그 얼굴만 쳐다 보다 국이 다 식어버린다 야”라고 말할만큼 사랑하는 연화(조이진 〃)가 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죽은 줄만 알았던 할아버지가 실은 남한에 살고 있으며 비밀리에 편지를 부쳐온 것. 선호는 반드시 연화 가족이 탈북할 자금을 보내 주기로 약속하며 생이별을 한다. 선호네 가족은 목숨을 건 탈출에 성공하고 선호는 정착금을 몽땅 털어 연화 가족을 오게 하려 하지만 사기꾼에게 걸린다. 선호는 우연히 만난 치킨집 억척사장 경주(심혜진 〃)를 만나고 우여곡절 끝에 경주와 결혼한다. 경주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가운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연화가 자신을 찾아 북한을 떠나 남한에 도착했다는 것. 연화를 다시 만난 선호는 연화를 향한 사랑이 여전히 변함없다는 점을 확인하며 더욱 참담해진다.
“거기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는 것.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는 영화 ‘타이타닉’중 한 대사의 감동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둔 채 오늘도 목숨 걸고 휴전선을 넘고 있는 국경의 북쪽은 더 절실한 의미로 다가와야 한다는 걸.
● 맨발의 기봉이
‘일등 효자’ 엄마 위해 달렸다
지금 우리 사는 세상에 이런 남자가 있다. 몸은 훌쩍 커버렸으나 마음은 8살에서 멈춰 버린 아이같은 어른 엄기봉. 그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어머니께 드릴 국이 혹시 식을 새라 맨발로 동네 곳곳을 달린다. 실제 인물 엄기봉씨 이야기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보여주는 KBS 2TV ‘인간극장’에서 지난 2003년 ‘맨발의 기봉씨’란 제목으로 소개됐었다.
신현준이 먼저 보고 친구 권수경 감독에게 이 5부작짜리 VHS를 전해주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됐다. 엄기봉의 효심에 꽂힌 신현준은 제작사를 설득하고 어머니 역을 맡아줄 김수미를 쫓아 다니며 설득했다.
‘맨발의 기봉이’(제작 지오·태원 엔터테인먼트)는 언뜻 보면 ‘말아톤’과 외형은 비슷하다. 정상인(도대체 뭘 기준으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과 다른 인물이 무엇인가를 위해 달린다는 것. 그러나 내피는 상당히 다르다. ‘말아톤’이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 가야 하는 자폐아의 시선으로 한발 한발 내딛는 도전정신을 밀도 있게 그렸다면, ‘맨발의 기봉이’에서의 달리기는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보여 주는 매개체이다.
영화는 기봉(신현준 분)과 어머니(김수미 〃), 기봉과 백 이장(임하룡 〃), 기봉을 늘 곁에서 응원하는 정원(김효진 〃) 등을 둘러싼 에피소드들로 채워진다. 영화 사이사이 등장하는 탁재훈의 개인기는 관객에게 ‘올드&뉴’식 웃음을 선사한다. 신현준은 딱 기봉이처럼 보인다. 기봉이의 효도를 통해 육체 멀쩡한 사람들에게 반성을 유도하는 영화이지만 영화 자체의 흡입력은 떨어지는 편. 얼개가 엉성하며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지점도 비틀거린다. ‘맨발의 기봉이’는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지난 26일 개봉했다. 전체 관람가.
● 미션 임파서블3
노장 톰 크루즈 “불가능은 없다”
톰 크루즈에게 불가능한 임무가 또 한번 맡겨 졌다. ‘미션 임파서블’은 톰 크루즈 영화중 유일한 시리즈물. 그래서인지 수많은 히트작들이 있는데도 ‘미션 임파서블’ 속 모습이 가장 톰 크루즈답게 느껴진다. 그도 ‘미션 임파서블3’의 주연에 제작까지 맡은 이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착과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관객들 역시 ‘미션 임파서블2’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미션 임파서블3’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10년 전 앳된 모습으로 등장했던 정보기관 IMF 비밀요원 이단 헌트(톰 크루즈 분)는 어느덧 현장에서 한발 물러나 후배 양성을 맡은 고참이 됐다. 그는 연인 줄리아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약혼식을 맞는다. 그러나 지극히 아끼던 후배 여자요원이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국제 암거래상 오웬 데비언에게 인질로 잡히자 이단은 정예요원들을 이끌고 구출작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줄리아까지 납치당하면서 이단은 일생일대의 작전을 펼친다.
자그마치 제작비 2천억원을 투입한 블록버스터로서의 스펙터클함은 관객들을 압도한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톰 크루즈의 스턴트 연기는 43세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열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단단한 몸으로 전력 질주하는 모습과 그 특유의 미소에서 변함없는 매력들을 발산한다.
{img5,l,000}● 강혜정 출연 태국영화 ‘보이지 않는 물결’
태국 영화 ‘보이지 않는 물결(Invisible Waves)’은 한국 배우 강혜정이 출연했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열린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궁금증을 자아냈다. 태국의 타란티노로 불리는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의 다섯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깔끔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이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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