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은 트로트가수 박현빈“성악보다 트로트가 더 신나요”

‘트로트’ 하면 반짝이는 화려한 의상에 나이가 지긋이 든 가수가 떠오르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트로트계에 젊은 바람을 일으킨 장윤정에 이어 요즘은 청바지 차림의 젊은 꽃미남 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가요계에서 일명 ‘남자 장윤정’으로 통하는 신인 가수 박현빈은 돋보이는 외모만큼이나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성악(테너)을 전공하고 바이올린 연주 실력도 수준급인 ‘정통 클래식파’지만 이제껏 트로트만큼 신이 났던 음악은 없었다고 말한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트로트가 너무 좋아서 과감하게 선택했어요. 무엇보다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제 자신이 정말 즐거웠거든요.”

색스폰 연주가인 아버지와 노래 교실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그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형은 독일에서 성악(바리톤)을 전공하고 있다. 가족 모두가 음악가인 셈.

성악보다 트로트가 더 적성에 잘 맞는다고 확신했던 그는 군을 제대하고 무작정 트로트 작곡가를 찾아가 오디션을 봤다. 그때 만난 스승이 바로 ‘사랑해서 미안해’,‘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을 만든 작곡가 정의송이다.

처음에는 오랫동안 몸에 밴 클래식 색깔을 버리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트로트적인 특성을 끄집어내기가 굉장히 어려웠죠. 트로트 가요는 사람들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맛깔나게 불러야 되거든요.”

공군 음악대에 있었던 군 시절에는 리드 보컬로 활동하며 수많은 무대 경험을 쌓았다. “성악뿐 아니라 가요, 트로트까지 다양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장군님들 만찬 장소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너무 긴장돼 실수도 많이 했죠.”

하얀 피부와 곱상한 얼굴을 보면 별다른 어려움없이 자랐을 것 같지만 대학 시절에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용돈을 벌었을 만큼 의젓한 면모도 가지고 있다. 한때는 KBS ‘해피투게더’ 쟁반노래방 코너에서 동요를 성악 버전으로 불러 출연자들에게 노래 문제를 내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퐁당퐁당’ 등 동요를 수십 곡이나 불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르바이트 비가 입금되지 않는거에요. 계속 기다렸는데도 소식이 없어 ‘속상해도 잊어버려야지’ 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가수로 데뷔한 이후 뒤늦게 통장에 8만원이 들어왔더라고요.(웃음)”

결혼식과 돌잔치에서는 축가도 많이 불렀다. 그에게 축가를 받은 부부만도 400∼500쌍에 이른다고 한다.

평소 곱창을 즐겨먹는다는 그는 토속적인 입맛 만큼이나 트로트에 잘 어울리는 구성진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가창력이 뛰어나 가끔 ‘립싱크한 것 아니냐’ 의심을 받기도 한다. 노래방에서 즐겨부르는 노래는 나훈아의 ‘영영’과 조용필의 ‘추억속의 재회’.

데뷔곡 '빠라빠빠'는 빠르고 경쾌한 비트의 노래로 젊은이들이 힘들어도 열심히 뛰어서 성공하자는 내용의 가사를 담고 있다. 오리지널,월드컵,트위스트 등 3가지 버전이 있으며 요즘은 특히 ‘꼭짓점 댄스’를 접목한 월드컵 버전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신인이라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생기고 있다.

“교복을 입은 10대 소녀부터 어르신들까지 많은 분들이 저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주머니들은 ‘이렇게 예쁜 총각은 처음봤다’고 말하시더라고요.”

그는 신인이라 많이 부족하다며 연신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포부만큼은 자신있고 당당하게 밝혔다. “트로트에 매진하겠다고 결정한 이상 성악이 아닌 트로트로만 승부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해서 저만의 색깔로 최고의위치에 서는 것이 제 꿈입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