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의 휘호

전직 대통령들의 휘호가 경매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다. 그의 ‘개척과 전진’은 2004년 12월 6천300만원에 낙찰돼 최고를 기록했다. ‘先國後己’(선국후기) 액자는 3천700만원에 팔렸다.

심지어는 붓글씨가 아닌 친필메모도 비싸게 팔린다. 서울옥션이 얼마전 가진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에서 편지지에 적힌 메모지가 500만원에 낙찰됐다. ‘국방대학원장 귀하, 귀 대학원 교직원들에게 위로금조로 사용하시오’라고 한문으로 쓴 뒤에 ‘1991.7.20 박정희’라고 이름은 한글로 쓴 메모지다.

다음은 김대중 대통령의 휘호다. ‘民主救國의 길’(민주구국의 길) 액자가 2004년 12월 1천500만원에 낙찰됐다. 윤보선 대통령의 휘호는 보통 200만~400만원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大道無門’(대도무문)은 250만원이다. 최규하·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의 휘호는 경매에 나오지 않는다. 최 대통령은 재임기간도 짧았지만 원래 휘호를 거의 쓴 적이 없다. 그러나 전·노 대통령은 가끔은 휘호를 썼다. 경매시장에 전혀 출품되지 않는 이유가 뭔진 알수 없으나 이렇다 보니 가격형성이 안 됐다. 어쩌면 출품해도 경매가 안 될지도 모른다.

경매에 출품 안 되긴 이승만 대통령 휘호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노 대통령의 경우와는 다르다. 이 대통령의 붓글씨는 원래가 알아주는 명필이다. 휘호가 귀하기는 하지만 없는 것은 아닌데도 경매에 안 나오는 것은 소장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서예 솜씨가 워낙 뛰어나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게 경매장 주변의 얘기다.

흥미로운 건 전직 대통령들의 이런 휘호 가격차가 정치적 평가와 관계가 있느냐, 아니면 없느냐는 것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일 것 같다. 현직인 노무현 대통령의 휘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이승만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들은 서예에 전문가들의 사사를 받았다.

/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