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이민국가란 사실을 알고 계신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신반의할 것이다. 우리에게 이민은 20세기초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으로의 이민, 1960년대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들의 이민사 정도 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이민은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떠나는 이민역사는 기억하지만 우리나라로 이민 오는 외국인들에 대해선 거의 무방비라고 하겠다.
유엔 정의에 따르면 일시적으로 취업을 위해 이주한 이주노동자도 이민자의 범주에 포함, 한국은 지난 2004년말 현재 외국인 42만명이 취업하고 있는 이민국가이다. 더구나 매년 수많은 코시안들이 출생하고 성장하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회현상이 발생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이민국가문제가 더 이상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고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우리의 숙제다. 가장 중요한 건 다름과 차이에 대한 인정이다.
다문화주의는 21세기의 정의이며 시대적 조류이다. 다문화주의는 지배문화와 피지배문화, 중심문화와 주변문화 등의 서열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의 차이와 다양성 등에 대한 이해와 존중, 공존 등을 주장하는 것으로, 세계주의와 다원주의사상이 근간을 이룬다. 1970년대 캐나다 정부가 다문화정책을 표방했고 이어 호주도 백호주의를 버리고 유색인종에 대한 개방적 이민정책으로 전환했다. 오늘날 호주의 다문화주의는 호주를 문화의 역동·다면·발전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나라의 이미지를 안겨 줬고 예술의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뤄 호주만의 독특한 문화 창조에 원동력이 됐다.
우리 지역을 살펴보자. 부천노동지방연구소에 따르면 부천에도 이주노동자가 2만명에 이른다. 지난 1월 현재 원미구가 국제결혼가족을 조사한 결과 314가구라고 한다. 부천이 다른 도시들에 비해 이주노동자가 적지 않은 편이다. 부천을 포함한 전국 단위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문화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어쩌면 그들 입장이 아니라 우리 입장이 아니었을까 하는 솔직한 반성을 해본다. 물론 그들을 위하는 최선의 마음으로 기획하겠지만, 우리 또한 그들의 문화를 깊숙이 알지 못하는 맹점이 분명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들에게 우리의 기준, 입맛, 형태 등에 맞추길 강요했을지도 모를 우를 다시는 되풀이해선 안될 것이다. 이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열어 놓고 소통해야 한다. 문화나 인종, 기타의 우열은 없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이같은 측면에서 부천여성청소년센터의 결혼이민자 지원사업이 더욱 의미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되길 바란다. 부천여성청소년센터는 ‘한국문화를 배우고 세계문화를 나누자’란 주제로 결혼이민자들의 한국생활을 적극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들에게 꼭 필요한 한글교육, 생활문화, 예절교육, 상담, 인터넷교실, 요리교실 등을 기초반과 초급반 등으로 나눠 운영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이주노동자 또는 결혼이민자들에게 관용과 차이의 인정, 다름이 틀린 게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훈련과 더불어 이들도 우리의 문화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사회에서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키워 나가길 바란다.
/박두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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