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 잭슨과 줄리안 무어. 언뜻 어울리지 않을 듯한 흑인 남자 배우와 백인 여자 배우가 맞부딛쳐 범상치 않은 영화를 빚어냈다.
영화 ‘프리덤 랜드’는 ‘랜섬’ ‘이중노출’ ‘컬러 오브 머니’ 등의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 겸 소설가 리처드 프라이스가 1998년작 자신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식스 센스’ ‘나홀로 집에’ ‘다이하드2’ 등을 만든 조 로스가 감독한 점만 봐도 영화의 밀도를 짐작할 수 있다.
흑인과 백인 거주지가 인접한 미국 뉴저지의 한 도시. 어느날 밤 백인 여성 브렌다(줄리안 무어)가 손에 피를 흘리며 병원 응급실에 들어선다. 흑인 거주지를 지나다 흑인 남자에게 차를 강탈당했고 뒷자리에 있던 네 살 난 아들도 납치됐다는 브렌다의 진술에 경찰은 발칵 뒤집힌다.
흑인 거주지역의 보호자 역할을 해온 형사 로렌조(새뮤얼 잭슨)는 브렌다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러나 경찰은 강경한 태도로 흑인들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특히 브렌다의 동생인 대니 형사의 감정적 개입으로 흑인 거주지는 통행이 전면 금지되기에 이른다.
영화는 로렌조가 브렌다의 심리를 추적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과 흑인 주민들과 백인 경찰 사이의 마찰이라는 두 갈래로 전개된다. ‘쨍’ 소리를 낼 듯 팽팽한 연기의 새뮤얼 잭슨과 줄리안 무어의 대결 사이로 흑인 인권에 대한 성찰을 다루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수 차례 일어나도 안오던 경찰이 백인 남자 아이 하나 납치됐다고 이 소란을 떠느냐”는 흑인 주민의 외침은 미국 내 뿌리 깊은 인종 갈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영화 말미에 드러나는 브렌다의 진실은 충격적이지만 보통 스릴러 영화의 반전과는 조금 다르다. 전반부의 정보를 조합해 추측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이 진실은 또다른 측면에서의 인권 문제를 던져준다. 아이를 둔 어머니라 해도 모성으로서뿐 아니라 한 명의 여성으로도 살아갈 권리를 가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영화는 모성의 중요성에 훨씬 더 큰 무게를 싣고 있어 소극적 수준의 문제 제기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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