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전국이 흥분하고 있다. 그러나 조용히 마른침을 삼키고 있는 업계가 있으니 바로 영화계다. 평소 대중문화의 총아로 대접받는 영화계지만 유독 월드컵 기간 만큼은 몸을 낮추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 월드컵이 열린 6월의 관객 수는 전달보다 무려 44%나 급감했었다. 제대로 쓴맛을 본 영화 관계자들은 이번에는 월드컵 공포를 숨기지 않고 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되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자는 자세다.
◇월드컵과 맞짱 뜨는 영화들=월드컵을 앞둔 5월 관객수는 작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다빈치코드’ ‘미션 임파서블3’ 등 대작 외화들의 흥행 덕분. 그러나 월드컵을 피하려 4∼5월 앞다퉈 개봉한 한국 영화들은 외국 대작과의 대결,한국 영화간의 과열경쟁,다가오는 월드컵의 압박 등 3중고를 겪어야 했다.
6월 개봉작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외화 중 대작은 ‘엑스맨-최후의 전쟁’(15일)이 유일하고 한국영화는 ‘비열한 거리’(15일) ‘강적’ ‘비단구두’(이상 22일) ‘양아치어조’(24일) ‘아랑,아치와 씨팍’(이상 29일) 정도다.
기왕 월드컵과 맞붙는 영화들은 이 점을 최대한 이용하자는 전략이다. ‘강적’의 경우 지난달 26일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 주연배우 박중훈 천정명 등이 참가해 응원객들에게 무대 인사를 하고 함께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홍보 관계자는 “처음엔 우리도 월드컵을 피해보려 했지만 오히려 이 기간에 오락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비열한 거리’ 홍보 관계자 역시 “월드컵 이후에 몰려있는 영화들과 경쟁하느니 한산한 월드컵 때 개봉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2년처럼 월드컵 붐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한 배급 관계자는 “6월말 개봉 예정작의 경우 한국팀이 16강 이상 올라가면 개봉일을 늦추는 문제를 고려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월드컵과 윈윈하려는 극장들=2002년 당시만 해도 부대 행사 정도로 응원전을 가졌던 극장들은 이번에는 총력을 기울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각 방송사들과 중계 제휴를 맺은 상태다.
먼저 SBS와 손잡은 CGV는 33개 영화관(부평,김천,안양점 제외) 243개 스크린에서 예선전 세 경기마다 각 5만 명의 관객을 초청해 응원전을 펼치며 이날 자정 이후에는 영화 관람료를 4000원으로 할인한다. 13일 경기 때는 압구정점 응원전에 문근영 김민정 김주혁 등 스타들을 초청한다.
롯데시네마는 MBC와 함께 전국 16개 영화관에서 생중계에 나선다. 한국 예선전이 새벽 4시에 열리는 19일과 24일에는 자정부터 ‘아치와 씨팍’ ‘럭키 넘버 슬레븐’ 시사회도 가질 예정. 메가박스 역시 KBS와 함께 예선전 경기 중계와 영화 한 편 무료 상영을 포함한 ‘레드 파티’를 준비중이다.
이같은 응원전은 모두 각 홈페이지를 통해 관람객을 추첨하는 무료 이벤트다. 롯데시네마 오희성 과장은 “무료라 해도 극장이나 제휴사 모두 홍보 효과를 얻을 기회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면서 “이번 월드컵 경기가 주로 밤 늦게 열리는 만큼 이벤트를 계기로 극장에 들러 영화를 본 후 응원하러 가는 문화가 생겨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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