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화 ‘살롱 드 모란’展

과천=김형표기자 hp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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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간…고정관념을 깨다

노경화 멀티미디어 작가(41·여)가 지난 11일 과천시 문원동 한 주택에서 살롱 드 모란(Salon de Moran)전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한·불수교 120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전시회는 멀티미디어 드로잉, 설치입체, 실크스크린 작품과 재불한국작가들의 판화 등 25점이 선을 보였다. 이번 전시회는 예술작품은 특수공간인 미술관 등에서 전시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친근감 있는 생활공간인 응접실(Salon)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노 작가는 작품은 인간의 외로움과 관계의 단절을 ‘고통’으로 묘사, 벽과 벽으로 갇혀 있는 인간들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눈동자와 피눈물. 인간이 시력을 잊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사랑과 정을 보아야 하는데 어둠(비인간적인 현상)만 아른거리며 겪는 고통을 담은 ‘고통1’과 산업사회에서 실패한 한 인간이 재기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산업사회의 외로움을 표현한 ‘고통2’, 인간과 인간과의 대화와 사랑의 단절을 표현한 ‘고통3’ 등은 현대인들의 지독한 외로움을 잘 그려내고 있다.

‘작은세상’은 작은 공간 100여곳에 어린시절 사진과 인형, 동물을 새긴 조각작품, 염색, 실크스크린 등 다양한 소재들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노 작가는 이 작품에서 아파트처럼 똑같은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의 벽과 답답함, 이로 인한 현대인의 외로움 등을 담아냈다.

행위예술을 그린 실크스크린에선 인간이 외로움을 털어내고 자유를 찾아가는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외로움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인간에 의해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인간미)를 찾는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노 작가는 미술관에서의 전시회도 큰 강점이 있지만 살롱에서의 전시회는 기획과 전시가 짧은 시간동안 이뤄지고 대화와 토론 등으로 작가가 감상자 사이의 벽을 허무는 등 가장 인간적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살롱전을 여는데도 남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다.

“요즘 집안에서 이뤄진 행사(돌 회갑 장례식 아이들 생일 등), 즉 인간이 태어나는 일부터 죽는 일까지 모두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단절된 인간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선 밖에서 이뤄진 행사가 집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살롱전이 생활속에서 뿌리 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진정한 바람은 무엇일까. “내년에는 이집트 파라오전으로 만나고 싶어요.”/과천=김형표기자 hp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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