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대로 다 해줄테니 보도만은 막아 주세요.”
양평교육청 모 과장이 최근 심사조작 의혹 등으로 얼룩진 양평 예능경연대회 사태(본보 15~16일자 6면)를 해결하기 위해 의혹을 제기한 학부모에게 보도 직전 내놓은 빅딜(Big Deal) 카드다.
지난 2일 치러진 양평초·중·고교 예능경연대회는 규정을 어기고 대회 당일 곡목을 바꿔 연주한 학생을 1등으로 선정하고 중요한 공문서인 심사표가 낙서장이나 다름없는 심사표로 전락해 학생과 부모, 해당 교사들에게 상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심사를 꽤 다녀봤지만 이런 유치한 심사표는 처음 본다”는 게 모 음악교사의 반응이다. 해당 심사위원은 취재과정에서 30여년동안의 심사경력을 운운하며 자존심을 강조했던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다. 심사위원도 사람이니 수정도 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그러나 마치 급조한듯 기록된 심사표는 심사위원 30년 경력의 작품으로 보기엔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기자가 심사표를 입수한 직후 김모 심사위원과의 통화에서 심사위원은 연주한 3명중 누구를, 어떤 항목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수정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 채 틀린 답변만 늘어 놓았다. 기억력 탓으로만 돌리기엔 어리숙하다. 심지어는 심사위원 이름 필체와 심사평에 기재된 필체가 서로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심사위원 심사표는 이름만 있을뿐 서명이 없는 점도 뭔가 석연찮다. 규정 위반, 어눌한 심사표, 무엇이 어떻게 수정됐는지를 아예 모르거나 기억이 없는 심사위원, 유독 문제가 된 학생의 부정적인 심사평만 기재된 점 등 여러가지가 의혹 투성이다.
부모는 이럴 때 볼모가 된 자녀때문에 피해의식을 느낀다. “처음부터 억울해도 모른 척 넘어가야 했지 않느냐”고 후회하기도 한다. 부모가 원하는 건 단지 일반 원칙론과 이 일로 상처받지 않는 자녀의 모습일뿐이다. 양평교육청의 빅딜 카드는 결국 실패한 셈이지만 진실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한민기자 hm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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