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원‘아하! 그렇구나’
모국어는 힘이다. 국력 신장으로 세계 곳곳에서 피부색이 다른 낯선 이들로부터 “안녕하세요?”란 인사를 들으면 까닭은 모르지만 왠지 반갑기 그지 없다. 서투른 한국어이지만 말이다. 모국어는 얄밉기도 하다. 한밤중에 턱을 괴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태어나면서 누가 가르쳐 주진 않았지만 알음알음 입에 밴 말이 유난히 까탈스럽기 때문이다. 말 자체가 문화의 시작이란 점을 모르는 사람들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언어는 늘 신비스럽다.
흔히 우리 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은 “한국어만큼 배우기 어려운 말이 없다”고 호소한다. 어찌 그 속내를 모르겠는가. 한국어보다 더 풍부하고 유려하게 이 세상의 온갖 사물이나 감정 등을 표현할 수 있는언어가 어디 흔한가. 고 양주동 박사의 지적처럼 우수마발(牛?馬勃:소의 오줌과 말의 똥)까지 가리킬 수 있는 언어는 우리말 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그 어원을 따져 보면 끝도 없이 이어져 내려 가는 그 발원지가 참 어려운 게 우리말이다.
30여년동안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백문식 수원 태장고 교감이 최근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펴낸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삼광출판사 刊·534쪽)는 이처럼 까다로운 우리말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그의 저서를 통해 우선 ‘가래톳’이란 어휘의 어원을 살펴 보자. 원래 이 말은 허벅다리 기부(基部)의 림프샘이 부어 아프게 된 멍울을 뜻한다. 그렇다면 멍울은 또 무슨 의미인가. 피부에 반점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가래톳’이란 말은 ‘가랑이’란 의미의 ‘가?’나 ‘가?’이 아픔[患]이란 뜻의 ‘덧’과 합쳐져 거센 소리 영향으로 생겨났다. ‘덧’은 ‘덧-니’나 ‘덧-셈’, 또는 ‘덧-나다’ 등처럼 중복 개념의 단어이기도 하다.
우리말의 태생을 들여다 보면 절로 “아하! 그렇구나”란 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그 탄사만큼 모국어는 힘을 갖추게 된다. 역사는 있되, 소멸된 언어가 어디 한두개이고 나라는 있되, 없어진 말들도 부지기수다. 만주어가 그렇다. 저자는 현재 우리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사에 대한 사전을 출간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그의 뒷심이 기대된다. 이 책을 펼치면 우리 문화의 저력이 보이고, 그래서 모국어의 힘도 느껴진다. 값 2만3천원. 문의(02)323-7275 /허행윤기자 heoh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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