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사법위원회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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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후반기 원 구성을 하면서 형사재판에 계류 중인 박성범(무소속)·김명주(한나라당)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배정한 것은 가당치 않다. 법원과 검찰측이 반발하는 것은 백번 타당하다.

국회 법사위는 법률안의 심사와 법무부·법원 사법 행정 등에 관한 사항을 다루는 상임위원회다. 국민을 대신해 법원과 검찰을 견제·감시하는 곳이다. 해당 기관에 자료를 요구하고, 간부들을 불러 따져야 한다. 물론 국정감사도 한다.

박성범 의원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중구청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 명품 모피코트 등 1천4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및 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명주 의원은 경남 고성군수 출마 희망자에게서 사무실 전세보증금 2천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정식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설령 나중에 무혐의로 판결난다 하더라도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들이 법원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법사위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다. 더구나 올 가을에 있을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이 감사 증언대에 서야 하는데 비리로 기소된 의원의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김 두 의원의 법사위 배정은 개정된 국회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개정 국회법(제40조 2)은 “상임위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을 받는 것 역시 법사위의 직무와 관련된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박 의원의 경우 “내 사건과 관련해 상임위 관련 부처에 부담을 안 주는 정도의 양식은 있는 사람”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도의상, 국민정서상 받아 들이기 어려운 문제다. 무소속인 박 의원을 상임위에 배정한 의장단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마 박 의원을 한나라당 소속으로 착각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임시국회부터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지원자가 극소수여서 열린우리당은 8명을 모두 ‘강제 배정’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재판 중인 의원을 법사위에 넣을 수는 없다. 해당 의원들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의장단과 한나라당이 속히 재조정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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