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풍(風)의 경기문화재단

5·31지방선거 이후 경기도 산하기관들이 시끄럽다. 논공행상에 따른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문화판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와 문화가 어떤 관계여야 하는지 명확한 구분은 어렵지만,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다.

더구나 지방정부가 설립한 문화기관의 자리는 단순한 정치력만으로 꿰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 시·도단위 최초로 설립된 경기문화재단은 내년이면 창립 10년이란 상징적 의미를 지닌 시점에서 그 소용돌이 중심에 서 있다. 요즘 경기문화재단 직원 둘셋만 모이면 단연 화두는 향후 대표이사 자리다. 민선 4기 출범을 앞두고 그 대상자도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은 기금 1천176억원을 운용하며 매년 20억원이 넘는 문화예술진흥지원금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각종 수시 지원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다 백남준미술관건립 등 경기도 위탁사업 또한 적지 않다.

중요한 건 21세기 문화시대에 걸맞는 문화 CEO가 그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점이다. 참여정부들어 문화관광부장관 자리에 영화감독인 이창동씨가 선임됐고 얼마전 개각에선 연극배우 및 연출가인 김명곤씨가 그 뒤를 이었다. 행정관료나 정치가가 아닌 예술인을 장관자리에 선임한 건 문화예술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감안됐지만, 문화마인드를 갖춘 인사를 임용, 그들의 문화예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문화예술행정을 도모하고자 함이다.

그렇다고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반드시 예술인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문화예술 전반을 이해하고, 지역문화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소신과 결단을 지닌 문화 CEO를 바랄뿐이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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