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세종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를 보고

관객 매료시킨 ‘우리 가락’

붉은 철쭉이 만발한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우리 가락의 아름다움을 맘껏 펼쳐 한밤의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린 멋진 국악의 향연이었다.

군포문화예술회관 상주 단체인 세종국악관현악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호성)은 6월의 마지막 날 30일 오후 7시30분 군포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이야기가 있는 세상풍경’을 주제로 제30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오프닝 레퍼토리는 창작 관현악곡 ‘춘무’. 1번 국도 체증으로 공연시간보다 10여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문예회관 대공연장 앞에 설치된 TV를 통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연주회 시작시간을 놓쳐 손에 입장권을 들고 첫 연주가 끝나길 기다리던 관객 20~30명과 함께 공연장에 들어서자 객석은 이미 만원이었다. 손에 표를 들고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을 보니 순수한 민간단체 차원의 세종국악관현악단이 주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고 각 지역 순수 민간단체들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내릴 수 있었다.

객석 자리를 찾아 앉은 뒤 주위를 둘러 보니 어린이와 함께 온 엄마가 아이에게 우리 가락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모습이 정겨웠고 젊은 부부가 우리 가락을 놓치지 않고 감동을 담아 내려는듯 두손을 꼭 잡고 무대를 응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무대 뒷자리에는 청색 줄무늬 티셔츠 차림의 백경혜 문예회관 관장이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두번째 공연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행복, 기쁨, 사랑, 희망 등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양한 풍경과 특유의 애절함을 해금으로 풀어 낸 관현악곡 ‘세상풍경’에서 김혜성 세종국악관현악단 악장이 신들린듯한 해금 독주연기를 펼치자 객석에선 부드러운 여성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멋진 가락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해금의 감칠맛 나는 곡조가 거문고의 장중함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 가락의 멋진 화음을 선사하자 관객들도 두 줄의 악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세상의 다양한 풍경(애절하면서도 즐거움이 물씬 묻어나는)을 놓치지 않으려는듯 숨을 죽였다. 장중하고 힘찬 우리 가락을 마주 한 게 실로 언제만의 일인가. 곡과 곡 사이에는 박호성 지휘자가 위트 섞인 곡 해설을 곁들여 청중들의 곡에 대한 이해를 도와 줬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동아콩쿨대상과 춘향대전 국악경연대회 대상을 차지한 국악가수 전명신이 흰색 저고리에 자줏빛 치마를 곱게 차려 입고 나와 국악가요 3곡을 열창할 때와 안산시립 국악단 피리수석 김성진이 피리와 대평소를 위한 협주곡 ‘코사뮤이’를 열창했을 때. 전명신이 독특한 창법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배띄워라’를 열창하자 관객들은 진한 감동을 이어가려는듯 연신 박수를 보내며 흥겨움에 노랫가락이 넘어갈 때마다 어깨춤을 추기도 했으며 앵콜을 연호했다.(전명신은 애교섞인 목소리로 ‘앵콜은 없어요’라며 살짝 웃으며 넘어갔다) 이어 안산시립국악단 피리수석 김성진이 피리와 대평소로 오혁 작곡의 ‘코사뮤이(태국어로 깨끗한 섬을 뜻함)를 연주할 때 눈을 감고 음미하자 넓은 초원에서 벗하며 사랑하는 이와 뛰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감미로웠다. 반면 대평소를 신명나게 연주할 때는 강렬한 힘과 기상이 느껴졌고 서양의 전자악기에 길들여져 우리 고유의 악기를 그동안 너무 소홀히 대해 왔다고 반성하게 됐다.

마지막 무대인 창작 관현악곡 ‘남도아리랑 주제에 의한 환상곡’에서 북과 꽹과리의 멋진 화음이 어우러지자 관객들은 무대와 하나 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신 박수를 치며 국악관현악단의 연주에 매료돼 갔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박호성 지휘자가 단원들을 한명 한명 소개할 때는 관객들이 이날의 감흥을 이어가려는듯 연신 박수를 치며 “앵콜”을 외쳤다. 1시간 40여분동안의 향연이 모두 끝나고 무대 조명이 하나 둘씩 꺼지자 관객들은 “재미있었다”나 “우리 가락의 참맛을 느낀 좋은 자리였다”라고 평하며 발길을 옮겼다. 신문사로 돌아오면서 이런 멋진 국악관현악단과 함께 하는 군포 시민들은 참으로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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