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1월부터 효력이 발생하게 될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6월30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알맹이가 많이 빠졌다. 학교급식 개선 요구가 2001년부터 제기돼온 사실을 생각하면 최근 발생한 수도권 일대 대규모 급식사고가 오히려 정치권을 움직인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학교급식법 중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농산어촌(도서벽지 포함)에 있는 학교와 학생들에게 급식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좋다. 문제는 지자체가 학교급식을 교육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의지가 없으면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지원을 안할 수도 있는 점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직영급식을 사실상 의무적으로 실시토록 한 것도 그렇다. 교장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점에서 막상 닥치면 기피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 농산물 의무 사용’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품질이 우수한 농산물’로 규정한 것은 농민의 고충을 외면한 처사다. 농약을 많이 살포한 뒤 코팅처리 등을 통해 싱싱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값싼 수입 농산물이 우수 농산물로 둔갑할 우려가 적지 않다. 우수 농산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고, 유전자변형 농수산물의 표시를 거짓으로 기재한 식재료를 사용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처벌키로 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유전자변형 농수산물의 경우 표시를 거짓으로 할 때만 처벌키로 했을 뿐, 안정성이 크게 의심되는 유전자변형 농수산물 사용에는 아무런 제재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부모 단체에 의한 위생급식 감시 활동을 ‘의무사항’으로 하지 않고 ‘권장사항’으로 한 규정 역시 미약하다.
학교급식법을 재개정, 우리 농산물 사용 의무화를 명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재개정이 어려울 경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우리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한 것과 같은 정도의 대책은 가능하지 않나 싶다. 또 생산자단체가 우수 농산물을 인증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국산 농산물이 학교급식 식재료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할 만한 일이다.
세계 최대 농업강국인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면 농산물 수입 급증 외에도 농촌 붕괴와 식품 안정성 훼손 등 2·3차 피해가 ‘도미노’처럼 발생한다. 학교급식법에서 조차 농업을 무시하면 농민들은 정말 살 길이 막막해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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