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사’ ‘스캔들’ 등 성에 관한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 작품을 만들어온 이재용 감독이 ‘다세포 소녀’로 들고 찾아왔다.
‘다세포 소녀’는 동명의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성적 개방을 표방하는 ‘무쓸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즐기면서 사는 ‘고딩’들의 섹시한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10일 오전 11시 서울 압구정동 엠포리아 애니홀에서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보수적인 사회적인 잣대에 문제를 제기해 온 이재용 감독이지만, 도발적인 스토리와 발칙한 캐릭터들을 가진 영화를 만든 소감에 대해서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자고 이런 영화를 했는지 지금도 실감이 안 난다. ‘20대 때 꿈꿨던 영화’라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관습적이고 상업적인 메이저 영화를 하다가 더 늦기 전에 틀을 깨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충청도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내가 해도 되나’라는 고민이 들 정도로 파격적이어서 ‘제 이름 걸고는 못 합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만들고 보니, 개봉하면 부모님이나 조카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될텐데 어쩌나 걱정하고 있다.”
만화가 원작으로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 감독은 “원작의 작가가 낮이면 아동용 학습지 만화를 그리고 밤에는 ‘19세금지’ 순정만화를 그리는 분이다. 학습지 만화에서 다 펼쳐내지 못한 예술적 욕구를 표현해낸 작품이다. 성인이 된 후 드물게 접하게 된 만화였는데 통념이나 기존 잣대에 대해 자유로운 점이 좋았다. 또 선 혹은 악, 강자 혹은 약자 어느 쪽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거나 편들지 않는 것도 좋았다. 원작의 매력이 커서 영화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화 속 반 정도는 원작에서 가져왔고 나머지는 새로운 이야기로 채웠다. 만화의 연재가 끝난 것고 아니고, 만화 자체가 기승전결을 갖춰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어서 캐릭터나 설정 등은 빌어왔으나 전체적인 줄거리는 새로 썼다”고 소개했다.
만화를 영화로 옮기는 작업은 쉬웠을까. 이 감독은 “만화와 영화는 분명하게 다른 매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작이 있어, 그것이 만화여서 더 어려웠다. 만화는 정지된 동작들에서 상상을 하게 되는데 영화는 영상으로 다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만화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표현하려 애썼다”고 답했다.
‘다세포 소녀’에는 김옥빈, 유건, 박진우, 이켠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다. ‘다세포 소녀‘의 후반 작업이 길어진 탓에 관객들은 연기자들의 다음 작품들을 먼저 만나게 됐지만, 영화에 캐스팅될 당시에는 신인이거나 배우지망생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의 배우 보는 안목을 증명한 셈.
거듭된 오디션에서 어떤 기준으로 출연자들을 결정하게 됐는지 묻자 이 감독은 “연기를 지망하는 그 또래의 배우들을 거의 다 만났던 것 같다. 영화에선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순정만화에서 나올 법한, 보기에 즐거운 배우들을 고르려 노력했다. 동시에 연기하기 쉽지 않은 독특한 캐릭터들이라 연기적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과 작업하고자 했다”고 답했다.
이재용, 임예진, 이원종 등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 변신과 성에 관한 무차별 폭소 담론이 보너스로 제공되는 ‘다세포 소녀’는 내달 10일 관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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