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 축구대회 기간 중 ‘붉은 악마’의 거리 응원은 지구촌에 큰 인상을 남겼다. 선수없는 경기장과 전국의 도심 광장에 모인 거대 인파는 한국, 한국인의 역동성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외신들도 한국의 응원문화가 세계 최고라고 격찬했다. 돌이켜보건대 과찬이 아니었다. 누가 불러 모은 것도 아닌데 붉은 셔츠를 입고 ‘대 ~ 한민국’을 외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그러나 한국축구가 16강 진출이 좌절된 후 열정이 식었다. 의기소침해진 탓인가. 최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삼성하우젠컵 제주 유나이티드 대 울산 현대의 경기를 지켜본 관중이 고작 1천1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와 구단 관계자를 제외하면 1천명도 안 된다. 경기장 좌석수가 4만여개라면 관중없는 경기를 치른 셈이다. 앞으로 열릴 각종 축구경기장에서도 어쩌면 국내 경기는 여전히 푸대접을 받을 지 모른다. 축구는 월드컵이 아니면 응원할 맛이 없다는 것인가. 쉽게 달아올랐다가 금세 식어버리는 냄비근성 탓인가.
그런데 ‘붉은 악마’에 대한 문제가 또 제기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 전부터 한국 축구 서포터즈의 명칭 ‘붉은 악마’의 부적합을 끊임없이 지적해온 종교계, 특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박종순 목사가 “4천800만 한국인이 붉은 악마라고 하는데, 기독교인은 붉은 악마가 아니다. 우리는 악마를 싫어한다”고 밝혔다. 불교계의 송월주 전 총무원장도 “마땅치 않은 명칭이다. 축구협회나 정부 당국도 서포터즈들을 설득해 명칭을 변경해야 하는데 방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기독교 사회인 유럽에선 특히 악마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래서 독일의 한국인 교포들은 ‘붉은 악마’라는 명칭 대신 ‘붉은 호랑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다. 축구서포터즈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유럽 국가 벨기에의 ‘붉은 악마’라는 명칭 ‘디아블르 루즈’는 악마라기보다 ‘악동’이라는 의미에 가까워 직접 ‘악마(Devil)’란 단어를 사용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응원단의 자율이다. 그러나 성경에서 ‘사탄’을 뜻하는 ‘악마’ 라는 단어를 다른 말로 변경했으면 나을 듯 싶다. ‘붉은 천사’라는 말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축구 응원단의 함성이 국내의 경기장을 예전처럼 뜨겁게 울렸으면 좋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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