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시사회 보셨어요? 괴물은 어떻던가요?”
영화배우 김태우(35)는 인터뷰 도중 오히려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 ‘배우이기 이전에 영화광’이라고 밝히는 그는 다른 영화들에 대한 관객으로서의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요즘도 일주일이면 서너 번 극장을 찾는다며 “어두운 공간에서 휴대전화 소리와 팝콘 씹는 소리에 신경 거슬려가면서,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과 함께 긴장하는 순간의 미묘함이란, 역시 영화는 극장에 가서 봐야한다”며 극장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김태우의 근황은 꽤나 복잡하다. 지난해 여름 찍은 ‘내 청춘에게 고함’(감독 김영남,제작 이모션픽처스)이 13일 개봉하고 그보다 먼저 찍은 ‘사과’는 오는 10월, 최근까지 찍은 ‘해변의 여인’은 9월 개봉될 예정이다. ‘내 청춘에게…’는 신인 감독 및 배우들과 함께한 반면 ‘사과’는 문소리와,‘해변의 여인’은 홍상수 감독, 고현정과 호흡을 맞춘 영화라는 점도 그의 간단치 않은 영화 편력을 일러준다.
돌아보면 김태우는 ‘접속’(1997)으로 영화에 데뷔한 후 ‘공동경비구역 JSA’(1998),‘버스, 정류장’(2001),‘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3),‘얼굴없는 미녀’(2004) 등 꾸준히 경력을 쌓아왔다. 상업성이 보장된 것도 있었지만 개봉이 불투명할 만큼 실험적인 것들도 있었다.
“전 영화에 대한 편견이 없어요. 단편이든 장편이든, 저예산이든 블록버스터든, 주연이든 조연이든 안따져요. 출연료도 예산에 맞게 받으면 그만이죠. 다만 제가 하는 일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작업에 살을 보태는 것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읽어봤을 때 좋은 시나리오여야 출연하죠.”
홍상수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김영남 감독의 데뷔작 ‘내 청춘…’에 출연하게 된 것도 “친분있던 김 감독이 재작년쯤 ‘시나리오 초고를 이메일로 보냈으니 봐달라’고 해서 읽어본 후 ‘너무 좋다’고 했다가 ‘그럼 형이 출연해야지’라고 해서”라고 설명한다.
청춘에 대한 세 가지 에피소드를 옴니버스로 엮은 이 영화에서 김태우는 김혜나 이상우 등 신인배우에 이어 마지막 부분의 주연을 맡았다. 독문학 박사과정 도중 입대한 후 말년 휴가를 나온 육군 병장 인호 역할. 앞의 두 배우가 설익어도 풋풋한 청춘을 보이는 것과 달리 그는 최대한 청춘을 늘려보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갑갑한 현실 속 인물로 분했다. 어딘가 그런 사람이 존재할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녹여낸 김태우의 연기는 영화의 거친 면을 유려하게 다듬어준다.
김태우는 “한 가지 바람은 ‘그 역 누가 했어도 괜찮았겠다’라는 말만 안듣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연기인생을 짧게 잡아 예순 여섯까지로 봤을 때 아직 30년 남았고,지금까지 10년 했으니 이제 4분의 1 지점인데 섣불리 평가받고 싶지는 않다”면서 “앞으로 좋은 배우가 돼야죠”라고 덧붙였다.
가장 애착이 가는 역할을 묻는 질문에 “열 손가락 깨물어…”라는 속담을 꺼내던 그는 “아니지,‘내 청춘에게 고함’의 인호라고 말해야 관객 한 명이라도 더 들겠죠?”라며 익살스런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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