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세계적 관심을 받으면서 관객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이 하나 생겼다. 바로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외국 영화를 보는 것. 감명깊게 봤던 우리 영화를 외국 배우와 이국적인 배경,그 나라만의 정서로 다시 빚어진 리메이크작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꽤 쏠쏠할 듯하다. 물론 우리보다 한발 앞선 일본의 사례를 볼 때 원작의 재치를 절반도 살리지 못한 할리우드작 ‘쉘 위 댄스’처럼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 영화의 판권 수출은 2001년 할리우드의 미라맥스가 ‘조폭마누라’를 95만 달러에 사간 것을 전후해 활발해졌다. 이후 할리우드에만 ‘엽기적인 그녀’ ‘선생 김봉두’ ‘가문의 영광’ ‘광복절특사’ ‘장화,홍련’ ‘올드보이’ ‘알포인트’ 등 20편 가까이 팔렸다. 일본도 ‘외출’ ‘달콤한 인생’ 등 한류스타 출연작 위주로 판권 구입에 적극적이다.
이 가운데 이미 제작이 완료돼 국내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들이 있다. ‘편지’ ‘8월의 크리스마스’ ‘시월애’를 토대로 한 작품들이다. 세 영화 모두 원작을 거의 살렸지만 하나같이 여주인공의 직업을 바꾼 점이 특이하다.
◇더 레터=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편지’(1997)를 태국에서 다시 만든 영화. ‘잔다라’ ‘쓰리’ 등을 제작한 여성 제작자 듀앙카몰 림차로엔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업했고 촉망받는 여성 감독 파온 찬드라시리가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됐던 이 영화는 2004년 현지 개봉 때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의지할 데 없는 남녀의 우연한 만남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예쁜 그림엽서처럼 담다가 남자가 병에 걸리면서부터 최루성 멜로로 전개되는 과정이 원작과 거의 같지만 전체적으로 더 잔잔하다. 여주인공을 방콕에서도 가장 도시적인 삶을 살던 웹디자이너로 설정하고 나중엔 남자가 사는 치앙마이로 옮겨가 겪는 낯설음을 표현한 점이 색다르다. 8월17일 개봉 예정.
◇8월의 크리스마스=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7)를 리메이크한 동명 일본 영화가 8월말 국내 개봉한다. 당초 원작이 “일본 영화의 감수성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이 작품은 은은한 전개와 죽음에 대한 성찰을 섬세하게 재현한다. 원작과 다른 점은 여자 주인공의 직업이 구청 공무원에서 교사로 바뀐 것과 배경인 사진관이 덜 낡았다는 점. 원작에서는 다림(심은하)이 철부지로만 그려지고 정원(한석규)에게 고백을 했는지도 모호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여주인공이 좀더 당차고 자신의 감정을 당당히 고백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레이크 하우스=할리우드 판권수출작 중 처음으로 워너브라더스에서 만든 이 영화는 ‘시월애’(2000)의 이정재 전지현과 다소 느낌이 다른 키아누 리브스,산드라 블록를 내세운 점이 의외다. 해외에서는 ‘스피드’ 이후 다시 만난 두 배우의 조합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여주인공 직업이 성우에서 의사로 바뀐 것,중년에 접어든 두 배우의 영향으로 보다 성숙미를 풍긴다는 것 정도만 원작과 다르다. 지난달 16일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는 최근까지 꾸준히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머물며 5000만 달러 가까운 수익을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9월초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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