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집은 그 자체로 훌륭한 놀이터다. 매일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뒤지다 보면 곳곳에 새로운 놀잇감이 발견된다. 그러다 가끔 엉뚱한 공상에 빠지기도 한다. 벽장 안쪽에 귀신이 살지나 않을까, 이 물건은 도대체 언제부터 이곳에 놓여 있었지?, 누군가 몰래 갖다 놓지는 않았을까.
스티븐 스필버그가 처음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몬스터 하우스'는 집 자체를 모티브로 삼았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한가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객석에 앉아 있다가는 큰코 다친다. 생생히 살아 있는 집이 주인공 아이들과 관객에게 두려움에 떨게 하는 두려운 존재로 다가오니 말이다.
그렇다고 무시무시한 공포 영화는 아니니 걱정 말기를. 낯익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유령신부'의 시나리오 작가 파멜라 페틀러가 당돌한 스토리로 꾸몄고, 대학 시절 단편 판타지 애니메이션 '더 라크'로 주목받은 길 캐넌 감독은 단순한 배경을 기발한 소재로 탈바꿈시켰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디제이가 보기에는 앞집이 영 수상하다. 아무도 집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괴팍한 영감 네버크래커 때문만은 아니다. 네버크래커에 대한 소문은 괴상하다. 아내를 살찌워 잡아먹었다는 것. 어쨌든 그 집 잔디 안으로 들어가는 물건은 그 어떤 것이라도 다시 나오지 못한다. 마치 집이 살아 있는 것처럼 불길한 기운이 가득하다.
할로윈데이를 하루 앞두고 부모님이 여행을 떠나 베이비시터 지에게 맡겨진 날 디제이는 먹을 것만 밝히는 친구 차우더와 놀다 네버크래커를 넘어뜨려 병원에 실려가게 한다.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디제이는 열쇠를 발견한다.
할로윈데이에 쓰일 사탕을 팔러온 제니까지 합세해 이들은 직접 집을 공략할 계획을 세운다. 집은 거대한 이빨을 드러내고, 정원의 나무는 쿵쾅거리며 아이들을 위협하지만 부모도 경찰도 집이 살아 있다는 아이들의 말을 무시해버리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집에 들어간 이들 삼총사 앞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린다. 마치 거대한 인간의 몸집과도 같은 집안 내부는 정말 살아 움직인다. 그 안에서 발견한 네버크래커와 그의 부인 콘스탄스의 사진은 기묘하다.
이때 병원에서 돌아온 네버크래커는 아이들을 내쫓으려 하다 결국 집에 얽힌 진실을 고백하기에 이르고 아이들과 함께 집과 맞서 싸운다.
몬스터 하우스가 갖고 있는 슬픈 사연에 공감할 새도 없이 이미 집주인 네버크래커마저 공격하는 집과의 대결이 펼쳐진다.
할리우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는 스타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한때 섹스 심벌이었던 캐서린 터너가 콘스탄스 역으로, 탄탄한 연기력과 작품 선구안을 자랑하는 스티브 부세미가 네버크래커 역으로 출연한다.
8월10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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