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때려 피아노 천재를 만들 수는 없다."
중국 선양(瀋陽)시 출신으로는 랑랑(郞郞.23)씨에 이어 피아노 천재로 주목받고 있는 후딩치(胡丁琦.14)양이 '폭력교육'으로 낙인이 찍힌 부친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딩치는 선양만보(瀋陽晩報) 28일자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아버지 후둥전(胡東振)씨가 400번의 따귀를 때려 자신을 피아노 천재로 만들었다는 과거의 언론 보도에 대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딩치는 2005년 10월6일 중국 선전(深천< 土+川 >)에서 열린 슈만 콩쿠르 아태지구 결선에서 4개 종목에서 1등, 2개 종목에서 2등을 차지하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올해 독일에서 개최된 본선에 출전, 소년부에서 2등을 차지해 일약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당시 중국 언론은 딩치의 쾌거가 무려 400번이나 뺨을 때려가면서 딸을 훈련한 아버지의 혹독한 훈육방식으로 이뤄진 결과라고 보도하는 바람에 아버지 후씨에게는 졸지에 '폭력교육'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딩치의 항변이 바로 "뺨을 때려 (재능이 없는 사람을) 피아노 천재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딩치에 따르면, 아버지는 자신을 피아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성악을 전공한 아버지는 딩치가 5살 때부터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매일 6시간 연습은 기본이고 명절이나 휴일에는 연습시간을 더 늘려서 맹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놀기를 좋아했던 딩치는 게으름을 피웠고 아버지의 교육방식도 점점 엄격해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는 딩치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따귀라는 체벌을 가했던 것이다.
자신이 9살 나던 해 아버지는 딩치를 데리고 베이징(北京)에 있는 유명한 피아노 선생을 찾아갔다. 당시 실업자였던 아버지는 아내가 매달 벌어 오는 600위안(약 7만2천원) 중 500위안을 레슨비로 내면서 딸의 교육에 헌신했다.
좋아하던 술과 담배도 끊고 고기도 먹지 않느라 체중이 무려 25㎏이나 빠지기도 했다. 또 딸의 교육비를 마련하느라 집을 팔았고 위에 종양이 생겼지만 수술도 받지 않았다.
이제 40살을 갓 넘긴 그는 치아가 몇 개 남지 않아 마치 깡마른 노인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아버지의 헌신적 희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딩치는 "한 번도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며 "아버지의 엄격함은 제가 피아노를 좋아하도록 만들었고 성공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 딩치 역시 '폭력교육'이라고 낙인을 찍은 언론보도에 상처를 입었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딸이 이렇게 성장한 만큼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해도 상관하지 않겠다"며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엄격한 교육방법이 정신력을 강화시킬 수는 있지만 피아노 천재가 되는 결정적 요소는 될 수 없다"며 "피아노 천재는 우선 천부적 재능이 있어야 하고 두번째가 후천적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