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이 18개 분야 가운데 5개 분야에서 협상이 중단되거나 취소되며 별 성과 없이 끝이 났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을 생각해 약값을 떨어뜨리려고 약값 적정화 방안을 시행키로 한 데에 미국 측이 반발한 탓이다. 약값 적정화 방안은 약효뿐 아니라 값도 따져서 싸고 좋은 약만 골라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들여 비싼 신약을 내놓은 자국 제약업체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협상 초반엔 으레 가장 높은 수준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힘 겨루기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미국 측이 먼저 의약품, 무역구제, 서비스분야 협상을 거부한 것이나, 이에 맞서 우리측이 환경, 상품 2개 분야 협상을 거부한 것도 통상협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문제들은 9월 3차 협상부터 차근차근 풀어 가면 된다. 문제는 우리가 과연 한·미 FTA를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데 있다.
복지부 장관은 “약값을 좀 줄여 좋은 데 쓰려는데 미국 측이 협상 테이블을 뒤엎었다”고 했다. 국익을 위해 싸고 좋은 약을 고르는 정책을 지키겠다는 뜻은 얼마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장관이 FTA 협상 과정의 ‘밀고 당기기’에 대해 감정 섞인 비난을 쏟아낸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총리도 얼마 전 “협상이 우리측에 불리하다면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고 한 것도 ‘FTA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속에서 지난 7월10일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 2차 협상은 마지막 날 회의가 무산되는 등 양국 간 힘 겨루기로 인해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상품 분야의 양허안(개방안) 틀에 합의하고 8월 중순까지 양허안을 일괄 교환키로 합의하는 등의 일부 성과는 거뒀다.
그러나 한국의 의약품 가격적정화 방안 등을 놓고 충돌을 빚으면서 전체 협상 자체가 경색되었고 2차 협상 마지막 날인 7월14일 열릴 예정이던 상품, 투자, 서비스, 환경 등 4개 분과 회의를 우리측이 전면 취소해 열리지 못했다. 다만 양국은 이미 합의한 농산물, 상품, 섬유 양허안의 8월15일 이전 일괄교환은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3차 협상은 당초 계획보다 1주일 앞당겨 9월4~8일 미국에서 개최된다. 2차 협상이 파행적으로 종결됐지만 전면적인 협상 결렬의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 협상단 관계자는 “마지막 날 회의 취소를 결렬로 보는 것은 무리이며 전체적인 진행에 약간 차질이 빚어졌을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협상 중 서로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일어날 수 있는 힘 겨루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양측은 이미 합의한 양허안 교환일정이나 3차 협상 일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밝혀 강한 협상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인정, 쌀 시장 개방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 3차 협상에선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FTA는 Free Trade Agreement의 약자로 자유무역협정을 뜻한다. 전 세계 140개국 이상의 나라가 FTA가 체결되어 있고 세계무역을 자유화하여서 보다 많은 경제교류를 통해 세계 경제를 더욱 발전시키자는 데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이 얻는 것 보다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한·미 FTA는 합리적으로 잘 추진하여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체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균형감각을 가지고 어느 것이 더 국가에 이익이 되느냐 하는 것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 영 권 경영학박사·KBS2 라디오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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