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는 물론 정치인 등 유명인사의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입체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3차원 디지털 카메라 촬영 및 편집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신문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셋톱박스를 판매했던 `웹티비 네트웍스'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펄먼이 '콘투어'라는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펄먼은 소규모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받아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의 공장에서 3년여간의 연구 끝에 이 기술을 개발했다. 콘투어 판매는 펄먼의 회사인 `모바'에서 담당한다.
콘투어는 배우의 모습을 디지털로 조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모습도 합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촬영 기법에 일대 혁신을 불러 올 것으로 보인다. 영화뿐 아니라 비디오게임처럼 시청자가 보는 방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동영상 제작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펄먼은 31일 보스턴에서 열리는 시그래프 컴퓨터그래픽 콘퍼런스에서 콘투어 시스템을 발표했다.
콘투어는 `폴라 익스프레스' 등 입체영화와 일부 유사한 점이 있지만 해상도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존 입체영화의 경우 `모션캡처' 기법을 사용한다.
배우들이 동작을 기록하는 센서가 달린 특수 의상을 입고 촬영한 뒤 디지털화 작업을 거치는 것이 모션캡처 기법이다. 비디오게임도 같은 방식으로 제작돼 왔다. 하지만 해상도가 떨어지는 것이 모션캡처의 최대 단점이었다. 특히 얼굴의 미세한 움직임은 재현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반해 콘투어는 뛰어난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펄먼의 주장이다. 모션캡쳐가 사람 얼굴을 수백개의 점을 이용해 나타내는데 반해 콘투어는 무려 20만픽셀로 얼굴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콘투어의 해상도가 뛰어난 것은 촬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인광(燐光) 파우더를 얼굴과 의상에 바른 뒤 촬영에 임한다. 인광 파우더는 보통의 불빛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이 인지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불빛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 배우들의 모습과 동작은 조명이 꺼진 순간 파우더에서 반사되는 빛의 형태로 두 세트의 디지털 카메라에 의해 동시에 담겨지게 된다.
촬영이 마무리되면 디지털 작업을 거쳐 동영상 편집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없이도 그가 출연하는 영화 제작도 가능하다고 펄먼을 밝혔다. 물론 톰 크루즈를 닮은 인물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저작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기술은 정치인 패러디 영화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현재 모션캡쳐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이 초당 5만-1만달러인데 비해 콘투어는 아주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면서도 불과 2천달러에 불과하다. 이르면 내년 영화에 사용이 가능할 것이란게 펄먼의 설명이다.
영화감독인 데이비드 핀처는 자신의 차기 작품 `더 큐리어스 케이스 오브 벤저민 버튼'의 특수효과에 콘투어를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물론 단점도 있다. 콘투어가 눈썹이나 코밑 수염, 턱수염 등 신체의 정밀한 부분은 재현할 수 있는 반면 머리카락 등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들과 눈과 입 속 등 화장이 불가능한 곳을 화면으로 재현하는 것은 어렵다.
이에 따라 연구진들은 인광 파우더가 함유된 플라스틱 치아 사용 방안을 검토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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