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얼굴’로 이름을 알린 유다인이 성형수술을 소재로 한 영화 ‘신데렐라’로 관객을 찾아왔다.
손대지 않은 단아한 얼굴의 유다인과 성형수술로 영화 속 첫번째 ‘신데렐라’가 돼 자신감을 뽐내다 죽어가는 수경 역. 뭔가 아이러니가 느껴지는 것 같지만, 사실 ‘얼굴 선 고운’ 유다인에게 성형수술로 미술학원 모델이 된 수경 역은 ‘맞춤 캐스팅’이다.
성형미인처럼 예뻐서 캐스팅?
처음부터 좀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성형미인 같은 정리된 얼굴선 덕에 캐스팅된 건 아닌가?
“수경 역을 놓고 4차 오디션까지 치렀는데, 사실 완벽하게 예쁜 미인은 많았습니다. 얼굴이 캐스팅 기준이었다면 그 분들이 됐을 거예요(웃음). 4차 때 수경 대사 리딩 테스트가 있었는데 제가 나름대로 생각하고 해석한 수경이를 표현했어요. 나중에 들은 얘긴데 저의 분위기나 감정 처리가 봉만대 감독께서 생각하고 있던 수경과 맞아떨어져 최종 낙점을 하셨다고 합니다.”
얼굴이 아니라 실력으로 캐스팅됐다고 당차게 대답하는 유다인에게 수경 역을 연기하면서 어떤 점에 주력했는지 물었다.
“수경은 감정의 변화가 큰 캐릭터예요. 자신감 없는 ‘수줍음 모드’였다가 성형수술 후엔 자신감 넘치고, 자신의 얼굴이 도려내지는 환상에 시달리며 서서히 미쳐가는 역할이죠. 매 단계 확연히 구분되게 달라보이도록 노력했구요, 그렇다고 탁탁 끊어지게 점프하는 느낌이 아니라 개연성을 가지고 물 흐르듯 변해가는 것으로 보이도록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야 관객분들이 수경에게 공감하실 수 있잖아요.”
욕심 많은 봉만대 감독에게 뺏긴 느낌? 얻은 느낌?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으로 충무로에 입성한 봉만대 감독. 이후 케이블 채널 OCN에서 ‘동상이몽’을 만들어 TV로 방송되는 ‘드라마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더니, 이번엔 공포 영화 ‘신데렐라’를 내밀었다. 성형수술을 공포의 소재로 새롭게 차용한데다, ‘무섭지 않은’ 올여름 공포영화들과 달리 ‘제대로 무섭다’는 입소문을 타며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봉만대 감독은 캐릭터의 심리 묘사에 뛰어나고 배우들의 작은 제스처 하나에도 신경쓸 정도로 욕심 많은 완벽주의자다. 영화를 위해서라면 배우들의 어떠한 희생도 성공적으로 ‘설득’해내기로 이름난 봉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유다인은 “네, 정말 욕심이 많으시더라구요. 그런데 강압적으로 명령하고 지켜보는 게 아니라 ‘함께’ 하며 요구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저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라고 했다.
뭘 ‘함께’ 하는 거냐고 되묻자 “예를 들면, 제가 죽는 장면을 24시간 촬영했어요. 감독님은 그냥 모니터로 지켜보는 게 아니라 바로 제 앞에 서서 수경이의 감정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수경이를 직접 연기해 보이기도 하셨어요. 다른 배우들에게도 ‘배우가 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은 직접 해봐야 어디가 어려운지 안다’며 마치 배우처럼 직접 연기해본 후 답을 주시곤 하셨어요”라고 답했다.
때로 완벽주의 열혈 감독과의 작업 후에 배우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소진해버린 느낌’이라는 말을 한다. 유다인에게 봉 감독과의 작업이 모두 끝난 현재의 소감을 물었다.
“작품을 위해 필요하다면 ‘내가 이런 걸 가지고 있었나’ 싶은 부분까지 끌어내 영화에 녹여내시더라구요. 그런 측면에선 뭔가 뺏긴 느낌이구요(웃음). 그렇지만 저도 모르는 저의 감정선을 발견하게 해주시고 연기폭을 넓혀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죠. 함께 한 배우에게 ‘성장’이라는 열매를 돌려주시는 감독이세요.”
유다인의 한 가지 후회 “부끄러워서 그랬거든요”
개봉을 앞둔 많은 배우들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유다인은 “다시 고칠 수 없는 화장이라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했습니다. 잘했는지는 관객들이 평가를 내려주시겠지만, 저로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 없어요”라고 다소 의외의 답을 돌려준다.
이어 “한 가지 후회로 남는 것은 촬영 현장에서 많은 스텝분들, 연기자분들과 친해지지 못한 거예요. 작품도 남고 사람도 남아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 거죠. 제가 너무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거든요. 그래서 마음은 굴뚝 같으면서도 먼저 스스럼없이 다가가 인사도 드리고 조언도 구하고 그러질 못했어요. 제가 너무 부끄러워서 그런 거니까 모두 모두 이해해 주세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쉬움도 잠시.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준비된’ 홍보대사의 면모를 발휘한다.
“성형수술이라는 신선한 설정, 봉만대 감독님의 섬세한 공포심리 묘사로 가슴 저린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 도지원 선배님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열일곱 어린 나이답지 않은 집중력을 보여준 신세경 양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예요.”
드라마 ‘건빵 선생과 별사탕’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를 비롯해 KT 대한생명 한국수자력공사 등의 이미지 광고에 출연했던 신예 유다인의 스크린 데뷔작 ‘신데렐라’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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