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이 전국 620개 스크린을 장악하고 최단기간 관객 6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봉준호(37)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떠올리며 “괴물의 현재 관객몰이에 대해 당사자인 나도 어리둥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7일 오전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박을 터뜨릴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연출자의 입장이라서 어떻게 하면 영화를 잘 완성할 수 있을까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사실 예측은 할 수 없었고 현재 어리둥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크린 3개 중 1개는 ‘괴물’이 독식하고 있어 다른 한국영화의 설 자리를 좁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맞는 말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도 전국 10만 관객을 동원하고 끝난 흥행 실패작인데 ‘괴물’은 개봉 첫날이 아니라 전야제만으로도 이 스코어를 넘어서 버리더라”면서 “‘살인의 추억’같은 경우는 500만명 정도의 흥행 성공을 했다고 하지만 그러기까지 100일 정도가 걸렸다. 그런데 ‘괴물’은 불과 9일 만에 500만명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배급 상황이라든가 규모라는 것이 불과 몇 년 사이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제작사나 배급사에서 ‘괴물’을 배급하면서 어떤 불공정 플레이를 하거나 횡포를 부린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단 전체 스크린이 1600개인데 그 중 600개 정도를 한 영화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렇게 한 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하다보면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것도 의미가 좀 희석되지 않는가”라는 지적에 봉 감독은 “전부터 영화인들이 ‘마이노리티 쿼터’라는 용어로 다양한 소수 취향의 영화들에 대해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을 해왔다. 전체적으로 스크린쿼터제를 보호하는 맥락 아래 그 부분도 같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괴물’의 반미 성격에 대해 “반미 영화라고 단순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지만,미국에 대한 풍자나 정치적인 코멘트가 있는 것은 명확하고 또 내 자신도 명확하게 의도한 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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