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탄 사람 떨어뜨리는 연기 어려웠어요”… ‘각설탕’ 진짜 주인공 ‘천둥’

영화 ‘각설탕’의 야외 시사회가 열린 지난 1일 과천 서울경마공원. 5만여명의 관중이 일제히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영화에서 열연한 말 ‘천둥’이 입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영화 및 드라마에서 교통수단 정도로 등장하던 말을 영화 ‘각설탕’은 사람과 우정을 나누는 주인공으로 부각시켰다. 그러다보니 극중 천둥이는 어려서 헤어진 시은(임수정)을 그리워하고 시은을 위해 힘든 레이스를 견디는 등 배우 못지 않은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천둥은 영화 후반,코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하면서 ‘천장지구’의 류더화가 연상되는 비장미까지 풍긴다.

제작진이 무려 1000마리의 후보 가운데 골라낸 말 천둥이는 이번 영화로 스타덤에 올랐다. 천둥과의 인터뷰 형식을 빌려 영화 촬영의 어려움 등을 살펴봤다. 실제 답변은 영화의 마필 관리감독이었던 한국마사회 황경도 반장이 대신했다.

△자기 소개를 간단히 해달라=고향은 제주도다. 동작이 경쾌하고 속력이 빠른 서러브레드(Thorough-bred)종이고 나이는 만 세 살,성별은 수컷이다.

△1000대 1 경쟁률을 뚫은 비결은=직접 말하긴 뭐하지만 맑고 순수한 눈이 가장 돋보였다고 한다. 몸의 전체적인 곡선,사람으로 치면 S라인도 좋았다고 하더라. 또 내 이마의 하얀 다이아몬드 모양이 좀 특별하다. 보통 밤색 말들에는 약간 찌그러진 별모양 무늬가 많지 나처럼 균형잡힌 다이아몬드는 드문 편이다.

△캐스팅 후 특별 대우를 받았다던데=아무래도 다른 말들과는 대우가 달랐다. 황경도 반장님과 영화의 레이싱 디렉터 김효섭 기수에게서 특훈을 받았다. 현장에 수의사와 내 전용 분장사가 대기하곤 했다.

△4∼5마리의 대역이 있었다고 들었다=클로즈업 장면은 거의 내가 했다. 촬영 초반엔 임수정 누나 앞에서 가만히 서있는 장면을 잘 못해서 다른 말들이 대신 했지만 뒤로 갈수록 직접 했다. 또 레이싱은 한 번 뛰면 체중이 4∼5㎏씩 빠지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3마리의 다른 말들에게 시켰다. 다만 마지막 레이싱 장면만큼은 수정 누나를 태우고 직접 뛰었다.

△어려웠던 연기는=거의 다 어려웠다. 말이 할 수 있는 동작이란 게 한계가 있지 않나. 그러나 영화는 사람 수준의 표현을 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길거리에서 시은을 발견하고 앞다리를 들어 등에 탄 사람을 떨어트리는 연기였다. 평소 앞다리 드는 동작을 잘 하지만 사람들도 많고 혼잡한 가운데 하려니 도저히 안돼 첫날 실패하고 다음날 다시 찍었다. 사실 말들이 좀 겁이 많다.

△실제로 경주에 소질이 있나=나를 타본 기수들이 모두 아깝다고 입을 모았다. 경주마로 대승할 재목이라고. 아쉽게도 영화 때문에 정식 훈련 기회를 놓쳐 지금은 승마용 또는 장애물경주용 말이 되기 위해 과천 경마공원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그밖의 계획은=기회가 있다면 또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만 그런 배역은 다시 없을 것 같다. 영화 관객들이 과천으로 찾아온다면 함께 사진 찍고 태워줄 여유는 있을 것 같다. 개인 블로그(blog.naver.com/lump_sugar)도 운영중이니 방문해달라.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