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으로 충무로에 입성한 봉만대 감독이 공포영화 ‘신데렐라’로 관객을 찾았다. 지난해 케이블방송 OCN에서 드라마 영화 ‘동상이몽’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극장용 영화로는 3년 만이다.
스타 배우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작품을 만드는데다 배우들의 감정 처리 하나하나까지 챙기는 욕심 많은 봉만대 감독의 영화인데다 드라마 ‘여인천하’ 경빈 이미지로 굳어있던 도지원의 연기 변신까지 더해져 ‘신데렐라’는 제작 기간 내내 많은 기대를 모아왔다.
9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첫 선을 보인 ‘신데렐라’는 ‘제대로 무섭다’는 기대에는 못미쳤다. 올해 개봉한 많은 공포영화들이 그렇듯, 내러티브에 치중하다 본분인 공포는 잊고 슬픔과 한이 서린 ‘드라마’로 흘렀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오가는 설정도 공포감을 주기 보다는 의구심을 먼저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배우 도지원의 연기는 영화의 장르와 관계 없이 화면을 압도했다. 도지원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94분은 쉽게 지나간다.
봉만대 감독도 도지원의 연기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감사를 표했다.
“이 영화의 시작에는 도지원 선배가 있었다. 도지원 선배를 만났기에 여기까지 오는 것이 가능했다. 봉만대라는 사람을 믿어주고 현장에서 누나처럼 이끌어주기도 한 도지원 선배께 감사한다. 오늘 영화를 보면서도 다시금 느꼈지만 도지원 선배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다. 다시 영화를 한다면 꼭 도지원 선배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하고 싶다. 끝가지 봉만대를 믿고 연기의 작은 부분까지 챙겨준 도지원 선배께 다시 한 번 감사한다.”
영화 속 첫번째 희생자 수경 역을 연기한 신예 유다인도 “도지원 선배님께서 연기를 할 때면,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촬영현장을 꽉 채우는 것은 물론 모니터 밖으로까지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며 감탄했다.
도지원은 “이 작품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내 작품이라는 느낌이 다가왔다. 촬영 내내 집중이 잘 됐다. 딸과의 감정 신, 남편과 롱 테이크 대화 신 등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는 장면이 많다.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 좋은 경험과 감정들을 갖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자신의 연기를 소회했다.
이어 “감독을 잘 만났다는 것을 빼놓을 수가 없겠다. 배우 자신도 알지 못한 자기 세계를 외면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대단한 감독이다. 봉 감독 이전에 내가 먼저 봉 감독과 다시 작업을 하고 싶다”며 감독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결혼도 안 한 도지원이 고등학생 딸 아이를 둔 엄마의 감정선은 어떻게 잡았을까. 도지원은 연기의 포인트를 잡은 노하우 대신 다음의 일화를 공개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딸 아이에 대한 감정 신 부분을 촬영한 뒤였다. 음향감독께서 부르셨다. ‘결혼도 안 한 분이 어떻게 이런 감정을 내느냐 감동 받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에 오히려 내가 감동 받았다. 연기 생활을 하며 이런 경험과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신데렐라’는 표면적으로는 얼굴 성형수술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영화는 우리의 마음 속에 쌓여있는 슬픔과 한에 대한 ‘내부적인 성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한이 나 자신과 가족,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심지어는 잠자고 있는 귀신을 깨울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얼굴’을 둘러싼 성형외과 민윤희(도지원 분)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 딸을 위해 주술을 거는 민윤희의 한이 깨운 귀신의 정체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신데렐라’. 연기 17년차 도지원, 충무로 17년차 봉만대, 17세 신세경이 함께 한 이 영화는 오는 ‘17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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