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흥행 원인과 의미

영화 ‘괴물’은 진짜 괴물이다. 개봉 12일만에 700만 관객을 집어삼켰으니 ‘괴물’은 그야말로 신기록을 먹어치우는 괴물의 모습이었다. 이후 관객동원 속도가 다소 누그러졌고 10일을 기해 기존 620개였던 스크린이 40여개 줄긴 했지만 조만간 괴물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리라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괴물’이 이처럼 저돌적으로 관객을 모을 수 있었던 원인과 한국 영화계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흥행 원인:긍정적 측면=‘괴물’이 공개와 동시에 폭발적 흥행을 기록한 첫 번째 원인은 마케팅 전략이다. 영화계에서조차 괴물의 구체적 내용과 형식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특히 괴물의 실체는 극비에 붙여져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또 개봉 전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마케팅을 펼친 점도 주효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김형준 회장은 “개봉 직전에야 완성되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괴물’이 지난 4월 거의 마무리돼 프랑스 칸 영화제 시사에서 호평을 받아낸 것이 관객에 신뢰감을 줬다”면서 “이 마케팅 전략은 배울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할리우드 영화의 독주 속에서 수준 높은 한국 영화를 목말라한 관객 심리와 개봉 시점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흥행의 가장 큰 동력은 영화를 본 사람 대부분이 인정하는 ‘재미’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1000만 관객을 넘은 어떤 작품보다도 유머감각이 있는 영화”라며 “봉준호 감독의 블랙 유머가 관객들에게 잘 먹혔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살인의 추억’으로 이미 스타 반열에 오른 봉 감독에 대한 기대,배우들의 고른 호연,한국 영화에 없던 ‘괴수 영화’라는 장르 개척,수준 높은 컴퓨터 그래픽(CG) 등이 전에 없던 흥행 대기록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흥행 원인:부정적 측면=아무래도 ‘괴물’의 흥행에 620개라는 스크린수의 힘을 빼놓을 수는 없다. 전국 스크린수(1648개)의 절반에 육박하는데다 멀티플렉스들이 좌석수가 많은 극장을 대거 ‘괴물’에 배정해 좌석수로는 전체의 68%까지 점했다. 서울예술대학 강한섭 교수는 “이는 대형서점에 갔는데 1만권의 책 중 7000권이 ‘괴물’인 것과 같고 책이라면 다른 경로로도 살 수 있지만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은 작은 영화들을 빛도 못보게 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라면서“괴물이 이런 식으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선 것에 긍정적 측면이 10%라면 부정적 측면이 90%다”라고 비판했다.

또 관객의 쏠림현상은 기록에는 도움이 됐지만 우려도 낳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극장을 찾는 많은 관객이 ‘괴물’을 택한 이유에 “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가 없다”고 털어놓고 있는 현상에 대해 영화평론가 곽영진씨는 “큰 영화,흥행영화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이라며 “이런 쏠림현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중소영화의 제작을 막아 궁극적으로 영화 산업적 측면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 영화산업에 주는 의미=일단 ‘괴물’이 이미 70억원 이상의 해외판매수익을 올렸다는 점은 내수 시장의 파이에 연연하던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관련한 비판 여론과 함께 중소 규모 영화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멀티플렉스 극장에 마이너 영화에 대한 쿼터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같은 날 김기덕 감독이 대중적 흥행영화만을 찾는 한국 관객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이같은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김소영 한국영상원 교수는 “현행 스크린쿼터로 모든 한국영화를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제작비 30억원’과 같은 기준 밑에 있는 영화만 보호해주는 형식으로 마이너리티 쿼터를 시작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곽영진 평론가는 “영화진흥위원회 등 정부기관이나 영화 관련 협회들이 작은 영화를 보호,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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