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준+이해영, 마돈나를 선택한 까닭은?…‘천하장사 마돈나’ 시사회

2006년 상반기 참신한 한국영화를 꼽자면 ‘왕의 남자’ ‘달콤, 살벌한 연인’ ‘짝패’ 정도다. 한국 영화의 부진에 ‘다빈치 코드’ ‘미션 임파서블3’ ‘캐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등 헐리우드 영화들이 관객 동원에 성공하고, 스크린쿼터 축소가 현실화면서 우리 영화계에 위기감이 감돌았다.

‘천하장사 마돈나’ 하반기 신선 대열 합류

‘밟힘이 있으면 일어섬이 있다’고 했던가. 최근 양적으로는 ‘괴물’이 한국영화 흥행사를 계속 갱신하고, 질적으로는 ‘각설탕’ ‘다세포 소녀’ ‘예의없는 것들’ 등 자기 색깔을 가진 신선한 영화들이 잇따라 선보이며 ‘한국영화 부흥’의 분위기가 형성돼 가고 있다.

14일 서울 CGV용산에서 첫 선을 보인 ‘천하장사 마돈나’도 그 연장선에 있다. ‘여자가 되고 싶어 씨름을 하게 된 열일곱살 청년 오동구’라는 신선한 소재와 백윤식을 제외하고는 스크린 초보인 배우들의 뜨거운 열정이 어우러져 한판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연+조연 개성만점 색깔 연기 ‘하모니’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먼제 눈에 띄는 것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오동구역의 류덕환이다. 씨름선수를 연기하려 몸무게를 27㎏ 불린 것보다는 ‘여자의 감성과 혼을 지닌 남자의 몸’을 섬세하게 표현한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주인공 류덕환 외에도 20㎏을 불려 씨름부 주장역을 소화한 모델출신 이언, 씨름부 덩치1이자 오동구와 호흡을 맞춰 멋진 춤을 선보이는 개그맨 문세윤을 비롯해 덩치2 김용훈, 덩치3 윤원석 등 조연들의 개성 연기도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또 오동구 아버지 역을 맡은 김윤석의 농도 짙은 감성 연기, 간만에 스크린에서 만나 반가운 이상아의 어머니 연기 도전, 여러 영화에서 스승 역할을 연기했음에도 전혀 식상하지 않은 백윤식만의 독특한 연기는 영화에 튼튼한 기초를 제공한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 영화는 많다. 중요한 것은 배우들이 각자의 색깔을 내면서도 한데 어우러져 흥겨운 리듬을 만들어내느냐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강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해준+이해영, 왜 마돈나를 택했나

‘천하장사 마돈나’는 이해영+이해준의 공동 감독데뷔작이다. 한국영화에서 공동 데뷔작이라는 점도 처음이어서 이채롭지만, 두 사람의 필모그래피가 똑같아 더욱 눈길을 끈다. 두 감독은 인터넷 디지털 장편영화 ‘커밍 아웃’ 각본, ‘신라의 달밤’ 원안, ‘품행제로’ 각본, ‘아라한 장풍 대작전’ 각색 등의 공동작업에서 최고의 호흡을 보여왔다.

이 영화는 쉽지 않고 가볍지 않은 주제인 트렌스젠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해준 감독은 “가장 비대중적인 이야기(트렌스젠더)를 가장 대중적인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분명 우리사회 성적 소수자의 얘기를 다루면서도 관객들을 시종일관 웃게 한다면, 감독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일까.

오동구가 ‘여자의 이상형’으로 삼은 게 왜 하필 마돈나일까. 마돈나는 남자 눈에 가장 여성스러운 여자일 뿐, 여자의 감성을 가진 오동구라면 생각이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이해영 감독은 “아이콘이 필요했다. 굉장히 쉽고 분명해서 누구나 그 특성을 알 수 있는 아이콘이 필요했다. 마돈나는 타고난 것,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현재의 위치에 오른 인물이 아니다. 나름대로 투쟁을 해서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구에게도 여자가 되기까지 씨름 도전 등 길고도 가열찬 투쟁이 필요하다. 그런 점이 일맥 상통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영화 속 씨름부 감독(백윤식 분)이 결승을 앞둔 두 선수에게 말한다. “너희들 행복이 뭔줄 아니? 행복은 심장이 이렇게 팔딱팔딱 뛰는거야.” 백윤식의 말대로 행복이 진정 날생선처럼 심장이 펄떡거리는 것이라면, ‘천하장사 마돈나’는 행복을 주는 영화다. 31일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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