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개봉 무대 인사에는 배우만 나서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말도 나선다.
15일 오후 1시 종로 서울극장 앞.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표를 끊는 창구 앞이 아니다. 극장 앞 광장에서 뭔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 한쪽 켠에는 한 마리의 말이 대여섯 명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등장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말에게 먹이도 주고 발굽도 씻어주고 등도 쓰다듬어주며 말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다. 20여 분의 '워밍업' 후 드디어 말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맞이했다.
임수정 주연 '각설탕'(감독 이환경, 제작 싸이더스FNH)의 또 하나의 주인공인 말 '천둥'이 영화의 개봉 인사에 나선 광경이다.
한국영화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사람과 말의 교감을 그린 '각설탕'에서 임수정과 호흡을 맞춘 천둥은 이날 서울극장을 시작으로 CGV상암과 일산 롯데시네마 앞 라페스타 광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답게 동물이 배우처럼 개봉 인사에 나선 것. 비록 덩치가 큰 말이라 배우처럼 극장 안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이날 천둥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각설탕'에서 천둥을 연기한 말은 모두 다섯 마리. 이날 인사에 나선 말은 그중 하나로 몸무게 500㎏의 잘생긴 짙은 갈색의 준마다. 기수의 리드에 따라 천둥은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사람들이 먹여주는 각설탕도 받아먹었다. 애초 배우들이 사인을 해주듯, 말발굽으로 사인용지에 도장을 찍어줄 예정이었으나 생각보다 발굽 도장이 잘 찍히지 않아 이는 도중에 그만뒀다.
영화사 싸이더스FNH의 조윤미 마케팅 실장은 "영화가 개봉한 후 한국마사회에 천둥이를 직접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묻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어 오늘 이 같은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마사회 소속의 천둥은 경주마가 아닌 연기용 말로 데뷔했으며, 영화사에 따르면 현재 마사회는 향후 경마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천둥을 보여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배우하고만 무대 인사를 돌다가 말과 함께 일을 하려니 애로사항이 많다"며 웃은 조 실장은 "말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그만큼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우리로서도 보람이 있다"고 밝혔다.
10일 개봉한 '각설탕'은 개봉 첫 주말 전국 33만8천명을 모았으며, 입소문을 탄 덕분에 평일인 14일 전국 8만2천명이 들어 오히려 개봉주 평일(11일 전국 6만2천명)보다 많은 관객을 불러들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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