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반(反) 여성주의 관점을 견지해 온 홍상수 감독이 신작 '해변의 여인'(제작 영화사 봄)에서는 정반대의 입장으로 영화를 마무리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동안 홍 감독은 첫 만남에서 예외 없이 남성과 잠자리를 하거나('생활의 발견'), 애인의 후배와 내연관계를 맺고('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혐오하는 남성과의 잠자리에서도 즐거워하는('극장전') 등 영화 속 여주인공들을 여성주의 관점과는 배치되게 묘사했다.
이런 점 때문에 높은 영화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 관객이 그의 영화를 '비호감'으로 낙인 찍으며 기피해왔던 것도 사실.
그러나 톱스타 고현정을 내세운 '해변의 여인'에서는 그 결말이 매우 여성주의적이다. 영화감독 중래(김승우)와 싱어송라이터 문숙(고현정)의 동상이몽 사랑 이야기를 주축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문숙은 중래에게 얽매이지 않는 독립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중래를 놓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문숙과 선희(송선미)가 모두 중래와의 첫 만남에서 잠자리를 하는 모습은 이전 작품과 별다를 바 없지만 관계설정에서 두 여성의 행동은 여성주의적이다.
문숙은 선희와의 술자리에서 "(남녀 관계에서) 선택은 여자가 해야지"라고 말하거나, 선희와 몰래 잠자리를 한 중래가 애정공세를 펴자 "저는 감독님으로 더 많이 좋아했던 것 같아요"라며 단호하게 이별을 통보하는 모습 등이 그렇다. 선희 또한 중래와의 관계 회복에 연연하지 않고 문숙과 좋은 관계를 이룬다.
영화사 봄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결말을 정해 놓고 영화를 찍은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촬영 중에 그런 결말이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팬에게 '덜 불편한 영화'로 다가갈 '해변의 여인'이 어떤 흥행 성적을 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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