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과 송선미가 닮았다?
고현정과 송선미는 영화 '해변의 여인'(감독 홍상수, 제작 영화사 봄ㆍ전원사)에서 김승우를 놓고 연적이 된다.
영화감독 중래(김승우 분)가 후배 애인 문숙(고현정)과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는 태도가 돌변해 그를 보낸 후 이틀 뒤 같은 바닷가에서 문숙과 닮은 선희(송선미)를 만나 또 하룻밤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일상의 미묘한 변화를 담았다. 중래가 선희에게 흑심을 품는 건 "내가 아는 어떤 여자와 닮았다"는 말로 설명된다. 키 크고, 예쁘고, 단순하게 말한다는 것.
두 여배우가 진짜 닮았을까. 고현정은 우연하게도 영화로 만나기 전부터 송선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고현정은 "예전부터 송선미 씨가 연기하는 것을 볼 때 가끔씩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닮은 이미지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승우 역시 "촬영장에서 고현정 씨와 송선미 씨가 아주 가끔은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두 여배우가 다소 비슷한 분위기를 가졌다는 표현을 했다.
고현정은 객석의 웃음을 자아낸 '키가 너무 크죠? 잘라버리고 싶어요'라는 대사에 대해 "어느 날 촬영장에서 큰 키가 불편할 때가 있다며 지나가는 말로 감독님께 '잘라버릴까요?'라고 했더니 다음날 대사에 넣어오셨다. 이렇게 우리가 촬영장에서 일상적으로 했던 말들이 대사에 들어갈 때가 종종 있어 아침에 나오는 대본이 정말 궁금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고현정은 '해변의 여인'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적인 생활이나 견해에 대해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인터넷에 오르는 악성 댓글이나 비방 섞인 글에 대해 "나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답했더니, 또 그 말을 놓고 뭐라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라며 난감한 표정으로 무거운 미소를 띠기도 했다. 이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는 다소 뼈 있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마다 보디가드가 따라다니고, 영화 '해변의 여인'의 마지막 대목에서 모래에 빠진 고현정의 차를 밀어주는 두 남자 중 한 명이 그의 경호원이라는 게 알려지자 "굳이 경호원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사람들이 그런 것 때문에 '고현정은 특별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현정은 "경호원 때문에 제가 세상과 벽을 쌓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필요가 있어 그 분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고 바깥에 움직일 때는 실제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다소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게 아니냐는 말씀도 하시는데 여배우들이라면 약간 그런 면이 있지 않느냐"며 "제가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생긴 인터넷 팬카페에 가서 가끔 글도 남기고, 오래된 회원 분들이 사진 올리면 꼼꼼히 체크해서 본다"며 나름대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데뷔작을 통해 베니스 영화제 등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거나 국내 영화제에서 수상하기 위한 욕심도 깔려 있어 홍상수 감독 영화에 출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어휴, 저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 못해요"라고 손사래를 치며 "아직 상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6~7년 정도 하면 모를까, 첫 작품에서 상이라뇨"라며 전혀 그럴 뜻이 없었음을 강하게 표현했다.
오히려 그는 "홍 감독님이 미스코리아 출신에 상업적 느낌이 나는 나 같은 배우는 안 쓰지 않을까 했는데 첫 만남에서 같이 작업하자고 하셔서 무척 반가웠다"고 말했다.
고현정은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찌나 그렇게 후덕해 보이는지"라는 표현을 쓴다거나, 아이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모성애가 없는 엄마가 어디 있나요. 근데 이 질문은…대답하기가…"라고 말하는 등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해변의 여인'으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감정까지도 제어하는 듯한 정확한 연기력으로 일상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했다.
고현정은 "'해변의 여인'이 제 영화 데뷔작이 됐다는 게 행복하다"는 한 마디에 소감을 실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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