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은 ‘거북이’라는 팀과 가요프로 1위는 안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상을 경험하니까 집이라도 번쩍 들어 옮길 것처럼 힘이 납니다.”
지난달 27일 SBS ‘생방송 인기가요’에서 4집 타이틀 ‘비행기’로 1위인 뮤티즌송 상을 받은 혼성 3인조 그룹 ‘거북이’. 2001년 데뷔한 이래 ‘사계’ ‘왜이래’ ‘빙고’ 등을 히트시켰지만 공중파 가요프로 정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들은 여전히 그 감격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중에 방송 나온 제 모습 보고 저희 어머니가 울고 계신 줄 알았어요. 제가 어머니와 꼭 닮았거든요.”(터틀맨·36·본명 임성훈)
“저희 어머니는 그 중요한 순간에 TV도 안보신 거 있죠. 전화로 1등했다고 말씀드리니 깜짝 놀라시더라고요.”(지이·26·본명 이지희)
“그 날 밤새도록 미니홈피와 인터넷 댓글을 읽었는데 안티글은 거의 없고 격려가 대부분이어서 감동했어요.”(금비·24·본명 손연옥)
‘비행기’는 비행기 타기 전의 설렘을 쉬운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로 표현한 노래. 이 밝은 노래만 들으면 전 소속사와의 법적 분쟁이며,터틀맨이 지난해 4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일 등 그간 그들이 겪은 어려움을 전혀 짐작할 수 없다.
터틀맨은 “수상곡 ‘비행기’는 수술 마치고 병원에서 퇴원할 때 구상한 노래”라며 “어릴 때로 돌아가면 이렇게 건강을 망치지 않았을텐데 생각하다 어릴 적 꿈의 결정체였던 비행기가 떠올랐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10월에 2차 수술을 받았고 지금도 병원을 다니며 살얼음을 걷듯 생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전 곡을 작사 작곡 편곡한 이번 4집은 전보다도 훨씬 밝고 긍정적이다. 이에 대해 터틀맨은 “셋이 모여 직접 경험한 일들을 얘기하며 노래를 만드는데 우리가 함께 있으면 항상 신나고 즐겁기 때문에 그런 곡들만 나온다”고 설명했다.
2집의 ‘왜이래’처럼 사회적 일침을 넣은 노래도 있다. ‘우습단말야’와 후속곡으로 준비중인 ‘야’는 사람들의 욕심을 비판하는 내용. 특히 ‘우습단 말야’는 데뷔 이후 ‘거북이’의 활동을 어렵게 했던 특정 인물에게 보내는 노래다. 랩을 작사한 지이는 “이 노래를 부르고 나니 가슴 속의 앙금이 좀 풀렸다”고 웃어보였다.
터틀맨의 건강 때문에 스케줄을 최소로 줄여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대에서 라이브할 때가 가장 즐겁다는 그들이다. 올 겨울엔 서울과 지방에서 소규모 공연을 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저희는 ‘언니 오빠 싸인 좀 해주세요’ 하며 쫓아오는 열성 팬은 별로 없어요. 그대신 ‘야,거북이다’라며 반색하는 어린이 팬,고개 끄덕이며 웃어주시는 어른 팬들이 많아요.어려운 일이 많았다지만 우리 셋은 다시 태어나도 가수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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