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명이 넘는 전 세계 텔레비전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호주의 '악어 사냥꾼' 스티브 어윈(44)의 절명 순간을 담은 화면의 방송 여부가 호주에서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끔찍한 장면을 방송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기는 하지만 방송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목소리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여부는 결국 화면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애니멀 플래닛'의 모회사인 '디스커버리' 채널과 어윈의 부인인 테리의 손에 달려 있는 형국이나 정작 고인의 된 본인에게 의견을 물어본다면 '오케이'로 나올 가능성이 많다는데 사안의 복잡성이 있다.
야생동물들과 씨름을 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으로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던 천부적인 쇼맨 어윈은 평소 '내가 무슨 짓을 하든지 카메라를 멈추면 안된다'는 얘기를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 부인이 어윈에게 다른 것은 다 돼도 죽는 장면만은 안된다는 얘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윈의 삶에 대한 글을 썼던 토미 도노반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어쩌면 자신이 죽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어윈 자신은 평소에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카메라를 멈추어선 안된다는 게 어윈의 뜻이었다면서 "그는 카메라 요원들에게 자신이 카메라 앞에 섰을 때는 무엇이든 다 찍으라는 요구를 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윈은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할 테니까 상어나 악어에게 잡아먹히는 경우라도 계속해서 카메라맨들은 카메라를 돌리기만 하면 된다는 말까지 분명히 했었다"면서 "아무도 카메라를 돌리지 않는 상황에서 죽었더라면 그는 분명히 더 슬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4일 퀸즐랜드주 바다에서 나란히 헤엄을 치던 노랑가오리가 칼처럼 날카로운 꼬리가시로 어윈의 왼쪽 가슴을 거의 관통할 정도로 찌르고 어윈이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빼낸 다음 의식을 잃고 숨을 거두는 장면은 너무 쇼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사고를 배 위에서 지켜봤던 어윈의 오랜 친구이자 프로그램 제작자인 존 스탠튼은 당시 화면을 보자 너무 충격적이었다면서 카메라맨들이 그 장면만은 찍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호주 나인 네트워크 텔레비전의 게리 리넬 보도국장도 "스티브 어윈의 절명 순간을 담은 화면을 방송하는데 일반 시청자들이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상황이 이미 상세하게 알려졌기 때문에 더 이상 상상력이 끼어들 틈도 거의 없다"며 방송에 반대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러나 채널 세븐 텔레비전의 피터 미틴 보도국장은 "부분적으로 끔찍한 장면이 있기는 하겠지만 방송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 한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화면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그것을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건 이들이 아니다. 필름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는 디스커버리 채널과 부인인 테리다. 어윈이 더 이상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어윈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디스커버리 채널의 빌리 캠벨 사장과 테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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