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음감의 카리스마
세계 최고 소프라노로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한몫을 단단히 한 소프라노 조수미가 국제무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갖고 있다. 지난 5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찾은 조수미는 앙드레 김의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자태로 무대에 서는 것 만으로도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혹자의 표현처럼 ‘은쟁반에 옥이 구르는 목소리’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자 그 카리스마에 관객들의 기대는 만족감으로 변해갔다. 마치 음반을 틀어놓은 듯 완벽한 음감을 자랑하며 조수미의 화려한 공연이 이어졌다. 관객들의 기대처럼 공연은 세계적인 수준이었고,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중 ‘아! 그이인가!’와 요한 슈트라우스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등 유명 곡들을 선보였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조수미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무대매너에 관객들은 박수로 열렬히 호응했다. 이날 공연에는 특히 기립박수와 앵콜이 쏟아져 조수미는 세번이나 앵콜을 받아야했다. 관객들은 다들 만족스러운 공연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수미에게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을까. 박수는 무조건 많이 치면 칠수록 공연자에게 힘을 돋워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민망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세계적인 무대에 서는 조수미와 피아니스트 빈센초 스칼레라(미국)에게 수원시민들의 공연 에티켓은 몇 점일까.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은 다들 점잖게 숨소리를 죽여가며 조수미의 공연을 관람했다. 아이가 공연 중 운다거나 말도 안되는 실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박수로 호응하는 관객들의 매너가 오히려 문제였다.
피아니스트 빈센초 스칼레라가 거쉰의 3악장으로 이뤄진 ‘피아노를 위한 프렐류드’를 연주하기 시작했을때, 악장과 악장 사이 피아노 연주가 잠시 그치자 관객들이 박수를 쏟아냈다. 피아니스트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는 듯 살짝 웃음지었다.
일반적으로 음악회의 경우 음악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손뼉을 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시 말해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삼가야 한다. 박수를 해야할 때는 공연의 막이 내린 후나, 성악은 3곡마다, 기악곡은 마지막 악장 후가 적당하며, 오페라 아리아나 발레의 독무(solo)가 끝났을 때 박수를 쳐도 된다.
평소 자주 공연을 보는 관객이 아니라면, 잘 모를수도 있는 부분이다.
‘우리끼리’하는 작은 공연은 편한 맛에 끌리고, 소위 ‘세계적’이라는 공연들은 우아한 맛을 즐긴다. 조금 까다롭기는 해도 미리 알아두면 그 맛을 감칠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완벽한 매너를 구사하는 관객들을 기대해본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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