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가을의 문턱 백로(8일)도 지났다. 가을이 왔다. 조용히 사색하며 책장을 넘기거나 조용한 라디오 음악이 더욱 정겨운 때다. 여기다 말없는 미술작품과의 대화는 어떨까. 더위와 폭우에 아랑곳하지 않고 캔버스와 화선지를 마주했던 미술작가들의 알토란 같은 개인전을 소개한다.
◇강희진 개인전
‘서정의 향기’란 전시제목이 푸근하다. 오는 17일까지 안양 롯데화랑에서 열리는 제5회 개인전. 소래포구·정선 등을 답사하며 실경을 화폭에 옮겼다.
수채화의 맑은 물맛과 함께 현장의 사실적인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았다. 군포미협회장을 맡고 있는 작가는 안정적인 구도로 나무와 풀, 농가 등을 균형감 있게 배치했으며 꿈과 그리움이 물씬 풍기는 장면을 연출했다.
문의(031)463-2715
◇ 양동언 개인전
수묵화의 그윽한 향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월포는 16일까지 용인 소운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연다. 거친 산세가 인상적인 그의 화풍은 구산구곡을 휘감는 구름과 곧게 뻗은 소나무의 기백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설악의 가을’은 검은 바위와 어우러진 단풍이 눈길을 끌며 부채에 담은 산수화와 문인화도 선보인다. 월포는 화성시 송산면에서 어도 한국화 연구학교를 운영중이며 성묵회·실사회·태민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문의(031)357-0041
◇박지현 개인전
채색 물감으로 연한 밑그림을 그리고 꽃 무늬 모양의 한지를 오려 붙이는 작업을 반복한 후 순지(초배지)를 덮어 작품을 마무리한다. 오는 17일까지 수원 대안공간 눈에서 열리는 개인전은 작가의 남다른 수고가 묻어난 작품을 전시한다.
꽃모양의 한지는 또다른 여백을 형성한다. 한국화의 멋이 여백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이치. 작가는 “저의 작품에서 여백은 또다른 공간을 형성한다며 한지란 재료 자체가 여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삶의 여백 또한 여유와 원활한 소통을 의미한다. 복잡한 삶의 숨통을 틔워주는 공간처럼 그의 작품은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문의(031)244-4519
◇이상민 개인전
엷은 판유리에 물의 흔적을 담았다. 작가는 순간 동안 형태를 변화시켰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의 흐름을 감지하고 유리 작업을 한다.
오는 19~22일 양평 갤러리 아지오에서 열리는 ‘파동의 존재와 물이야기전’은 우연한 의도로 형성된 물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엿 볼 수 있다.
문의(031)774-5121/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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