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겨냥한 토종 오페라 '천생연분'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이 세계 무대를 겨냥해 만든 토종 오페라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10월13-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이 그것. 오영진의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원작으로 삼아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상우가 대본을, 작곡가 임준희가 곡을 쓴 작품이다.

연극과 영화,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이미 선보인 바 있는 '맹진사댁 경사'는 우리나라 전통 혼례에 초점을 맞춰 권선징악적 주제를 담고있다.

이번에 오페라로 새롭게 탄생한 '천생연분'은 원작에 비해 줄거리가 크게 바뀌었다. 청나라 유학생 몽완을 외아들로 둔 맹 진사는 김 판서와 사돈을 맺어 신분상승의 한을 풀려하고, 신분은 높지만 가난한 집안의 김 판서는 돈 때문에 손녀 서향을 맹 진사댁에 시집보내는 것을 허락한다.

우여곡절 끝에 청나라의 술과 여자만 생각하던 '오렌지족' 몽완은 김 판서의 손녀 서향의 몸종인 '천하일색' 이쁜이와 눈이 맞아 혼인을 하고, 바다 너머 세상을 동경하던 서향은 몽완의 하인 서동과 함께 먼 수평선으로 떠나는 배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해학과 풍자' 등을 담은 원작의 토대 위에 '인간 본연의 의지'와 '여성 해방 정신'을 첨가했다.

줄거리에 현대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면, 음악과 무대에는 한국적 요소를 집어넣으려고 애썼다.

음악에 있어서 '영산회상'의 타령 선율을 작품 전체에 걸쳐 사용했으며, 거문고, 가야금, 해금, 피리 등 국악기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된다.

무대에서는 동양화의 여백과 같은 색깔의 흰색을 바탕으로 한국적 조형미가 물씬 풍기는 장면이 선보인다. 예를 들어 여러 겹의 미닫이문이 등장하는가 하면, 젊은 남녀가 만나는 장면에서는 붉은색의 오작교가 흰색 바탕 위에 무대 전체를 가로지른다.

연출자는 최근 셰익스피어 원작의 토대 위에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가미한 '한여름밤의 꿈'으로 폴란드 그단스크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대상을 차지해 화제를 모은 양정웅(38) 씨.

"'눈으로 듣는 오페라'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보인 양씨는 "흰 바탕 위에 오방색(황색, 청색, 백색, 적색, 흑색)을 번갈아 사용해 전통의 멋을 낼 것"이라며 "무대 자체가 심플한 동양화 화폭을 보는 듯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천생연분'은 국내보다는 해외 무대에서 먼저 검증을 받은 작품이다.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에서 세계 초연돼 '풍부한 한국의 문화와 유럽적인 요소의 이상적인 조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천300석 규모의 극장에서 이틀간 80%가 넘는 유료관객이 좌석을 채웠다.

전통적인 질감을 살린 의상과 무대 등에 주력한 독일공연에 비해 이번 한국공연은 극적인 긴장감과 구성, 시각적 스펙터클 등에 치중했다.

음악은 정치용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소프라노 김은주, 박지현, 테너 이영화 등 독일 공연진을 비롯해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소프라노 전주원과 베이스 김진추, 세계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테너 나승서 등이 번갈아 출연한다. 합창지휘 나영수, 고성진. 안무 김정선.

내년 6월에는 일본 도쿄문화회관에서 공연될 예정.

공연시간 평일 오후7시30분, 토ㆍ일요일 오후 4시. 1-12만원. ☎1588-7890(티켓링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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