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은 눈에 띠게 야위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심하다 싶을 정도로 움푹 팬 광대뼈에서 사극 ‘왕건’이나 ‘해신’ 촬영 때와는 달리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살짝살짝 스치는 눈빛에서도 매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으며 옹골차게 다문 입술은 굳세 보였다.
“이번 사극을 시작하면서 부터 아예 술을 입에 안댑니다. 철저히 관리 하지 않으면 노비출신으로 나오는 어린 대조영 역할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밥을 안먹은지도 두달 됐어요. 대신 야채 고기 미숫가루 등을 먹고 촬영현장에서는 오이나 방울토마토로 끼니를 때웁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대하드라마 ‘대조영’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그는 살빠진 이유부터 설명했다. ‘사극 전문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는 얘기에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사극을 연달아 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해신’ 끝난 이후 영화 등 4개의 시놉시스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대조영’ 시놉시스는)쳐다도 안봤어요. 그런데 호기심에 한번 읽기 시작했는데 (이 배역을) 남을 주기는 너무 아깝겠더라고요.”
그는 촬영이 시작된 이후,일주일에 한번 집에 들어간다고 털어놨다. “수요일 새벽 지방 촬영을 내려가면 토요일 밤이나 되서야 서울로 올라옵니다. 일요일에 스튜디오 녹화가 시작되면 밤샘촬영이 어이지고 다시 지방촬영이 시작되는 식입니다.”
빡빡한 촬영 일정이 힘들 법도 한데 오히려 이런 스케줄이 고마운 점도 있다. “항상 노트북을 가지고 다닙니다. 요즘은 모텔에도 인터넷이 되니깐 잠자러 들어오면 아내(탤런트 하희라)에게 이메일도 쓰고 문자메시지도 주고 받고 그래요.”
사극은 배우들에게 유난히 힘든 작업이다. 분장이나 의상에서부터 검술이나 말타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게 없다. 사극 출연 배우들이 곧잘 사고를 당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조영은 극 초반에는 맞기도 많이 맞고 싸움도 많이 해요. 최근에는 밧줄에 묶여 거꾸로 매달려 있는 장면을 4시간 동안 찍었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자연스레 눈에 핏발이 서던데요.” 대조영은 후발주자인만큼 MBC ‘주몽’이나 SBS ‘연개소문’보다 부담감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는 “다른 방송을 모니터하며 주인공들의 연기를 지켜본다”면서 “물론 저 세계에서 어떻게 일등을 할지 고민도 한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배우의 ‘배’자가 사람 인에 아닐 비예요. 대조영은 대조영이지 인간 최수종은 아니란 겁니다. 그런데 카메라만 돌아가면 최수종의 눈빛이 달라집디다. ” 연출자 김종선 PD의 칭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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