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HD 채널 방송국을 가다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는 세계 최대의 HD(고화질) 채널 방송국이 있다.

뉴욕에서도 중심가인 맨해튼 펜 플라자에 위치한 '붐(VOOM) HD 네트워크'는 미국 내에서 스포츠, 패션, 음악, 예술, 공연, 영화, 라이프스타일 등 15개 장르의 HD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3년 세계 최초로 24시간 HD 전용위성을 발사해 화제를 모았던 세계 최대의 HD 채널 보유 방송국이다.

국내에서도 정부 관련부처와 방송업계, 가전업계 등을 중심으로 HD 방송이 서서히 방송의 주류를 점령해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HD 방송은 미래 방송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콘텐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기자가 13일(현지시간) 찾은 붐 HD 뉴욕 본사는 때마침 진행중인 뉴욕 패션주간 행사를 HD와 SD(표준화질) 방송 콘텐츠로 제작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그레고리 모이어 붐 HD 전무는 "패션은 붐 HD의 주력 콘텐츠 중 하나"라며 "2003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열리는 뉴욕 패션주간 행사를 HD 방송 콘텐츠로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이어 전무는 "약 50만명의 미국 시청자들이 붐 HD의 패션전문 채널인 '울트라 HD'를 통해 뉴욕 패션주간 행사를 시청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SD 채널에 비해 시청층이 많지 않은 만큼 대부분의 HD 방송 콘텐츠를 SD급으로 변환해 'NYC TV(뉴욕시 TV)' 등 SD 채널에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약 100명 가량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붐 HD 뉴욕 본사 사무실에 설치돼 있는 대부분의 HD 방송용 TV가 삼성 제품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울트라 HD'의 편성책임자인 엘리자베스 듀이는 "패션쇼를 HD 방송으로 제작하면 SD급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세한 실루엣과 주름 하나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면서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등 전세계에서 진행되는 주요 패션쇼의 70% 가량을 취재해 HD 콘텐츠로 공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패션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에도 주목하고 있다"면서 "최신 수영복 트렌드를 중심으로 한 마이애미 패션쇼 같은 독특하고 새로운 패션쇼를 발굴해 붐 HD가 진출해 있는 한국 등지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붐 HD는 최근 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인 스카이 HD와 콘텐츠 제휴 계약을 체결해 9월부터 국내에도 스포츠, 패션, 음악, 예술, 공연, 영화, 라이프스타일 등 7개 장르의 HD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HD TV나 HD 전용 셋톱박스가 고가여서 HD 방송의 보급률이 더뎠으나 최근 붐 HD가 일정한 약정을 할 경우 무료로 HD 전용 셋톱박스를 공급해주는 적극적인 마케팅 정책을 펼쳐 뉴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HD 채널 가입자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고 붐 HD측은 설명했다.

스카이 HD 관계자는 "수년 전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일정한 약정만 하면 거의 무료로 단말기를 제공해주던 것과 비슷한 마케팅 정책을 붐 HD가 펼치고 있다"면서 "국내의 경우 HD 방송사들의 빈약한 재정와 소극적 마케팅 등으로 HD 방송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모이어 전무는 "한국은 방송과 가전 두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HD 방송의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라며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봐가며 2년쯤 뒤에 독자적인 채널을 한국에 론칭할 계획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붐 HD는 새로 진출한 한국 시장을 겨냥해 한국 출신의 예술가나 패션 디자이너를 다룬 특별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미술전문 채널인 '갤러리 HD'에서는 백남준 타계 1주년을 겨냥해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으며 '울트라 HD'는 최근 뉴욕에서 각광받고 있는 한국 출신 패션 디자이너 정두리 씨의 작품 세계를 집중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듀이는 "미국이나 유럽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구상중"이라며 "특히 한국 출신 예술가들의 높은 성과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붐 HD는 한국시장 진출을 필두로 올 연말께 홍콩에는 IPTV 형태로, 싱가포르에는 IPTV와 케이블로 HD 채널을 론칭하는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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