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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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도박을 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보들레르는 “인생에 있어서 참된 매력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도박의 매력이다”라고 했다. 도박에 빠져드는 인간의 속성을 역설적으로 말한 것이겠다. 도박은 불확실성과 우연 속에 숨어 있는 ‘한 탕’을 노린다. 파스칼은 “도박을 즐기는 모든 인간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 확실한 것을 걸고 내기를 한다”고 했다.

도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횡행했다. 조선조 후기엔 특히 투전이 성행했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강명관)에 의하면 투전은 서민 뿐 아니라 양반층에도 널리 퍼졌다. 영조 때 우의정까지 지낸 원인손은 투전계의 고수였다고 전해진다.

문학작품 속에서 나오는 도박 이야기는 처절하다. 1930년대 작가 김유정의 소설 ‘소낙비’에 등장한 춘호는 노름빚에 쫓기다 못해 아내한테 돈을 얻어오라고 윽박지른다. 결국 아내는 남편의 노름빚을 변제하기 위해 돈 많은 남성에게 몸을 맡긴다.

노름으로 패가망신한 사례는 많다. 1960년대 말 가난한 농민들이 겨울밤을 지새운 건 거의 마작이나 화투때문이었다. 밤새 돈을 잃고 두 눈이 퀭한 상태로 집으로 향하는 그들의 새벽길은 지옥행이나 다름 없었다.

오늘날은 더 하다. “세상이 온통 고스톱판으로 보였다. 아파트 2채를 날리고 아내가 폐결핵에 걸려 다 죽어가도 눈 하나 꿈쩍 안했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버지가 경륜에 미쳐 외박하고 돌아오면 총으로 쏴 죽이고 싶었는데 이젠 내가 인터넷게임 중독자가 됐다”는 사람도 보았다. “잠자리에 누우면 오락기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는 대학생, 성인오락실을 드나들며 1억원의 빚을 진 뒤 자살한 30대 남자, 남편 모르게 집 문서를 저당 잡혀 대출 받은 돈을 주부도박단에서 모두 날리고 이혼당한 주부 등 도박으로 인생을 망친 사람들은 그야말로 부지기수다.

도박은 말과 훈계로 억제할 수 없는 중독성을 지녔다. 마약과 같다. 더구나 경마와 경륜, 카지노, 성인오락실 등 사행성 산업이 전국 도처에 널려 있어 그야말로 ‘도박공화국’이다. 전국에 1만5천개가 넘는 사행성 게임장이 있다니 정부가 조장한 셈이지만, 그러나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손목을 절단해서라도 끊어야할 게 도박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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