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 닭장 속에서 계란을 주워담던 환자복 차림의 이혁재(시라소니 역)는 계란 속에 끼여있는 오리알을 발견하곤 비명을 지른다. 이어 의심에 찬 눈초리로 주위를 살피던 그가 발견한 것은 자신을 보고 씨익 웃는 오리 세 마리. 오늘따라 이 음흉한 오리들이 원수같은 태요(하석진 분), 재성(박준규 분), 명섭(하동훈 분)의 얼굴을 빼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순간 예전의 악몽이 떠오른 듯 화가 난 시라소니는 작대기를 들고 오리들을 쫓느라 조용하던 요양원을 단박에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고개 숙인 누런 벼가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의 한 단독주택. 그림에서나 볼 법한 목가적 전원 풍경이 방문자의 마음까지도 넉넉하게 만드는 이곳에서는 섹스 코미디를 표방하는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다.
현재 95%가량 촬영이 진척된 '누가…'는 엄격한 규율의 미션스쿨 실라오고등학교에 섹시한 여교생 엄지영(김사랑 분)이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다룬다. 엄지영이 학교 도서관에서 누군가와 전대미문의 섹스 스캔들을 벌였다고 알려지자,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수작을 벌이던 미션스쿨 최고의 작업남 3인방, 김태요·배재성·안명섭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범인을 밝히려는 학생 주임 시라소니의 끈질긴 추적이 여기에 더해진다.
이날은 극의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장면으로, 끝내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스트레스로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시라소니를 면회온 작업남 3인방과 엄지영과의 만남을 그린다. 워낙 개성과 끼로 충만한 연기자들이라 신예 김유성 감독은 이들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게다가 배우들은 친형제처럼 스스럼없는 관계이다보니 촬영장은 항상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그런 탓에 NG 발생도 잦은 편.
하지만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있는 이날만은 감독도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자, 이를 감지한 듯 맏형격인 박준규가 감독에게 한마디 건넨다.
"아이~감독님이 인상쓰고 계시니까 연기를 못하겠어요~." 나이로 보나, 연기 경력으로 보나 대선배인 박준규의 애교스러운 이 말에 김유성 감독은 기분이 한결 좋아진 양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외친다. "다시 한번 '슛' 들어갑니다."
'누가…'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은밀하고도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매력적이고 섹시한 여교생과 남자로서 성적 매력과 욕망이 가득찬 남자 고등학생이 비밀스럽고도 뜨거운 연애에 빠진다는 상상 말이다.
"누가 그녀와 잤는지를 알아가는 수사극"이라고 말한 신예 김유성 감독은 '내츄럴 시티'와 '몽정기'의 조감독 출신. 그는 신세대적인 감각과 성에 대한 위트 있는 시각으로 한차원 업그레이드된 섹시 코미디를 선보이겠다는 의도다. "요즘 고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추고 그들의 문화와 생각, 언어를 상당부분 녹여냈습니다. 뒷다마 문화나 남성 중심에서 바라본 여성문화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섹시하고 관능적인 몸매에 그와 대조되는 청순한 마스크를 지닌 김사랑.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는 천연덕스럽게 부산사투리를 구사하는 억척스럽고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작품에서 김사랑은 그녀의 외적인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알 듯 모를 듯 신비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지닌 독특한 캐릭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 잡을 예정.
"소재가 특이하고 재미있었어요. 물론 노출에 대한 부담감이 있긴 했지만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오락영화로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 작품입니다."
신인답지 않게 카리스마 넘치는 강한 외모와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하석진. 영화 '방과 후 옥상'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학교 짱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차세대 기대주이기도 하다.
"실제로 극중의 전설적인 킹카라든가 누나들의 꿈 자체는 잘 모르겠어요. 실제 자라온 환경이 중학생 때는 잘 몰랐고, 고등학교는 남고, 대학도 남자들이 주로 있는 과여서 그런 경험은 잘 못해봤던 영향도 크죠. 그래서 영화 속 설정처럼 누나들의 꿈으로 사건이 벌어지는게 정말 내 꿈입니다."(웃음)
코믹연기에서 두번째 가라면 서운할 만큼 개성적인 코믹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박준규. 카리스마 넘치는 '쌍칼' 형님에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최고의 코믹 연기까지. 그는 이제 명실공히 충무로 캐스팅 0순위에 빛나는 개성적인 연기자로 거듭났다. 이 작품에서는 어릴 때 잘못 먹은 개소주로 겉모습은 40세 이상인 17세 고등학생 배재성 역을 맡았다.
"우리가 추구하는 코미디는 배우들이 진지하면 진지해질수록 영화가 더 재밌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다소 낯뜨거울 수도 있지만 부모님이 자녀들과 함께 보았으면 좋겠어요."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급부상 중인 하동훈. '하하'란 이름으로 친숙한 그가 하동훈이란 이름 석자를 걸고 스크린을 종횡무진하기 시작했다. '연애술사' '원탁의 천사'에서 코믹하면서도 귀여운 그만의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능글맞으면서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개성적인 캐릭터 연기로 관객을 맞는다.
"내가 가수출신인지는 대부분이 모르세요. 때문에 방황도 많이 했지만 이혁재·박준규 선배님이 많이 챙겨주고, 신경써줬어요. 그래서 이 작품이 참 편해요. 화면에 내 얼굴이 나온다는 게 너무 좋고, 항상 꿈꿔왔던 일이라 지금 무척 행복합니다."
각종 쇼·오락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독특한 외모와 불굴의 코믹 감각을 보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혁재.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발견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미와 연예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코믹한 표정, 애드리브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누가…'에서는 그 만의 개성적인 연기가 한층 더 빛을 발할 예정.
"우리 영화는 배우들의 애드리브에 의존하기보다 시나리오에 입각해 정극연기를 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 상황들이 워낙에 코믹 시추에이션이다 보니 거기에 빠져서 연기를 하는 게 더 코믹해 보이는 것 같아요. 특히 섹스 스캔들의 범인을 추리하는 수사극에서 오는 재미도 있어요. 관객들의 성적 호기심과 재미를 자극하며 관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줄 거라고 자신합니다."
촬영의 95% 이상을 대구 대건고와 계명대를 무대로 사용했고, 영화는 하반기 작업을 거쳐 오는 11월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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