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사소통 의미 묻는 'TV문학관'

'TV문학관'이 세 개의 단편소설에 새로운 설정을 곳곳에 덧붙이는 색다른 시도로 시청자를 찾는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HD TV문학관' 시사회에서는 '나쁜 소설',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 '백미러 사나이' 등 이기호 작가의 단편 3개의 설정을 잇고 새 이야기까지 더한 작품이 '나쁜 소설'이란 제목의 단막극으로 묶여 선을 보였다.

통상 원작 소설을 TV 드라마로 만들 때 조금씩 손을 보게 마련이지만 이번 '나쁜 소설'은 'TV로 새로 쓴 소설'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주인공 재선의 아버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예정돼 있던 대통령 표창을 받지 못하는 설정은 '백미러 사나이'에서, 아버지가 전쟁을 피하기 위해 방공호를 파는 설정은 '누구나 손쉽게…'에서 따왔다.

땅밑 방공호에 갇혀 세상과 단절된 주인공이 소설을 써 누군가에게 읽어주고 싶어한다는 설정은 '나쁜 소설'에서 끌어온 것. 어릴 적부터 연모하던 영자에게 소설을 읽어주려고 찾아갔다가 실패하고 어디선가 나타난 펭귄에게 결국 밤새도록 소설을 읽어주는 설정은 제작진에게서 나왔다.

이야기의 중심이 오로지 재선에게 맞춰져 있어 호흡이 느리고 부분적으로 금세 이해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다단계 사업에 참여할 것을 권하느라 입이 바쁜 영자 앞에서 십수년 간 쓴 소설을 읽어주지 못하고 내려놓고 마는 장면은 작품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한다.

김용수 PD는 "대본을 만들 때가 황우석 교수 사건이 터졌을 때였는데 우리 사회의 의사 소통 방식이 미숙한 것 같았다"면서 "우리 모두 의사 소통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연출 의도는 난데없이 나타난 펭귄에게 소설을 읽어주는 '황당한' 설정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영자에게 읽어주려고 소설을 써왔던 십수년 간을 돌이키는 듯 황량한 벌판에 맥없이 앉아 있는 재선에게 귀여운 펭귄이 나타나 소설을 읽어달라고 청하자 재선은 신이 나 읽어주지만 씁쓸함은 가시지 않는다.

김 PD는 "펭귄은 결국 의사 소통의 대상이 환상이라는 것, 진정한 의사 소통의 대상자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약간 어리석어 보이기도, 귀엽기도 하고 나쁘지 않는 캐릭터를 생각하다 펭귄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재선은 아역배우 이재응이, 재선의 부모는 이원종과 방은희가 연기했다. '나쁜 소설'은 내달 7일 오후 10시20분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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