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들 사이에 영화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 제작 영화사 아침ㆍ씨네월드)가 화제다.
영화 '라디오 스타'는 한때 가수왕에 오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지금은 퇴락한 가수 최곤과 계약서 한 장 없이 20년 넘게 그의 곁을 지키는 매니저 박민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안성기와 박중훈의 빼어난 연기, 이준익 감독의 속이 꽉 찬 연출 덕분에 추석 극장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라디오 스타'는 인기 잃은 가수와 매니저를 내세워 소외된 자, 묵묵히 생을 살아가는 자들을 이야기하지만 어찌 됐든 주인공의 직업이 흔치 않은 가수와 매니저인 탓에 연예계에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27일 전야제 형식으로 막을 연 후 매니저들이 앞다투어 영화를 보며 자신의 미래를 투영하는 것.
특히 최근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가 인간적 측면보다는 계약금과 계약 조건 등의 현실적인 요건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짙어지며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매니저들이 씁쓸한 소회를 느낀다.
이병헌의 매니저인 손석우 실장은 "개봉하자마자 영화를 봤다"며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10년 후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배우와 일하고 있을지 생각하게 한 영화"라고 말했다.
"매니저들에게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라고 말한 송윤아의 매니저 황경수 이사도 "최근 연예계가 이합집산을 이루며 돈 때문에 매니저나 연예인이나 서로가 서로를 두고 경제적인 득실만 따지는 상황이 됐는데 초심을 생각하며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느낌을 말했다.
매니저들은 "이 영화를 보면 연예인이 매니저에게 밥을 산다고 한다"고 말할 만큼 영화는 매니저의 역할을 새삼 인식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박민수는 최곤의 담뱃불을 붙여주고, 자장면을 비벼주며, 최곤을 대신해 돈을 꾸러 다니고 , 최곤이 친 사고를 해결하러 다니는 등 최곤의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고 말도 꺼내기 전에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최곤이 DJ로 인기를 얻어 대형음반기획사로부터 앨범 제작 제안을 받자 자신이 짐이 될 것이라 생각해 말없이 사라지는 등 끝까지 자기 자신보다는 최곤의 미래를 위하는 인물이다.
한 매니저는 "영화 속 최곤과 박민수와 같은 관계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른 데는 연예인에게도, 매니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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