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찐한 남성 누아르 ‘거룩한 계보’의 정재영
빤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살갑게 느껴지고 새삼 존재를 깨닫게 되는 배우. 정재영이 그렇다.
화려하지 않지만 늘 영화 속에서 펄펄 살아 있는 연기로 격정과 열정, 순박함과 순수함 등을 전한다. 사진을 찍으려고 옷을 기껏 갈아 입었는데도 원래 입고 있던 트레이닝 바지와 협찬받은 수십만원짜리 청바지와의 차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할만큼 평범하고 털털한 얼굴과 외양이지만 일단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정작 본인은 “장진 감독의 여섯작품 중 두편째 주인공을 맡았을 뿐으로, 도대체 왜 ‘장진 사단’의 대표 배우라는 말을 듣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정재영은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거룩한 계보’의 동치성을 통해 그 까닭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남자들의 감성이 눈치채지 못할만큼 깊숙이 들어가 있는 영화입니다. 나약한 조직폭력배 한놈이 부모가 린치당한 후 화려한 복수를 꿈꾸는 그런 할리우드 스타일의 조폭영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정에 관한 영화죠.”
10년동안 큰형님을 모시는 왼손잡이 칼잡이 동치성이 형님의 명에 따라 한 박사를 찌른 후 감옥에 간다. 감옥에서 죽마고우 순탄을 만나고 이들은 형님의 배신에 탈출을 감행한다. 복수하겠다는 것. 영화는 동치성을 중심으로 그의 오랜 친구 주중, 순탄과 함께 감옥에서 만난 이들이 한데 엮는 다양한 캐릭터의 이야기다.
장 감독의 전작보다 훨씬 진중함이 더한다. 그렇다고 대사와 상황 속에 기막힐 정도의 위트가 없는 건 아니다. “예전 장 감독님 영화가 재치와 진중함 중 과다할 정도로 재치 쪽에 기울었다면 이번에는 진중함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장 감독이 스타일을 변주할 때는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그게 정재영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동치성은 원래부터 그런 놈입니다. 정보와 형량을 교환하려는 검사에게 ‘검사님 저 잘 모르시죠’라고 말하고 감옥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친구를 마치 웬수 만나듯 하는 놈입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동치성을 표현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그는 단순히 장진사단의 대표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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