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용인에 있는 한 사회복지법인에서 오랫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고 밝힌 20대 남자한테서 장문의 편지가 날아왔다.
A4용지 4장 분량의 편지에는 시설에 대한 불신과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회의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장애우들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자원봉사에 나선 이 남자의 눈에 비친 시설의 실태가 대체 어떠했기에 이토록 허탈감에 빠진 것일까.
편지의 내용을 대략 간추리면 이렇다. 원생들과 함께 캠프를 떠난 직원들이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시고 원생들을 돌보는 일은 뒷전이었다고 한다.
직원들의 불친절과 권위적인 태도도 이 남자의 눈에는 가시처럼 거슬린다. 방문객이 찾아와도 누구 하나 안내하는 이가 없다던가, 입소상담을 위한 내방객을 퉁명스럽게 돌려보내는 등 친절이란 단어를 떠올리기 힘들다는 게 이 남자의 시각이다.
게다가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120시간의 현장실습 확인서를 임의대로 대학생들에게 발급해준 사실을 실명까지 거론하며 폭로하고 있다.
이밖에 이 남자는 자신이 목격한 여러가지 불합리한 점들을 열거하며 더 이상 시설의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을 우롱하지 말고 진정으로 장애우들을 위한 시설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물론 이 편지의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봉사의 일념으로 시설을 찾은 자원봉사자에게 어떤 이유에서건 자괴감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의 자성이 요구된다.
이번 기회에 보다 투명하고 신뢰받는 시설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감독기관의 철저한 감시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승오기자 biso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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