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대를 비웃어라…폐막작 ‘크레이지 스톤’ 시사회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할 폐막작 ‘크레이지 스톤’ 시사회가 18일 오후 4시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시네마테크에서 열렸다.

‘크레이지 스톤’은 비취를 훔치려는 좀도둑 다오 일당과 보석을 지키려는 공장 보안과장 바오, 그리고 공장을 노리는 평 회장이 투입한 국제도둑의 한 판 대결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영화가 주는 ‘재미’는 훔치려는 쪽과 막는 쪽의 두뇌 싸움이나 흥미진진한 대결에 있지 않다. 진짜와 가짜의 무의미한 구분에 대한 신랄한 풍자에서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진짜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짝퉁’을 명품으로 둔갑시켜 비싼 값에 파는 현대 사회와 ‘짝퉁’을 사려는 우리를 꼬집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금 ‘진짜’ 보석이 누구의 수중에 있는지를 추적하게 되고, ‘진짜’를 짝퉁으로 홀대하고 ‘가짜’를 진귀한 보석으로 대접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절로 웃게된다. 여기에 닝 하오 감독은 대결을 벌이는 인물들을 ‘대결 외의 관계와 상황’들로 서로 얽어 놓았는데 그 설정들이 자연스럽게 구르고 얽혀 들어가 가볍지 않은 웃음들을 생산해 낸다. 50여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감독답게 빠르고 감각적인 화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중국 충칭의 어느 공장. 파산 직전의 공장을 살리기 위해 샤오밍 사장은 공장 화장실 수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비취 전시회를 연다. 소식을 들은 좀도둑 다오 일당이 보석 훔치기에 나서려는데 공장 사장의 아들이 먼저 비취를 가져와 다오의 아내에게 바친다.

가짜일 것이라고 생각한 다오 일당은 전시된 가짜 비취와 맞바꾸기 작전에 돌입한다. 또다른 쪽에서는 공장의 부지와 파산을 바라는 평 회장 측이 투입한 ‘프로’가 좀도둑보다 못한 솜씨로 보석을 노린다. 다오 일당이 ‘진짜를 놓고 가짜를 되가져간’ 사실을 모르는 바오 과장은 공장을 살릴 유일한 희망인 비취 되찾기에 필사적으로 나선다.”

영화 시사회 후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크레이지 스톤’을 연출한 닝 하오 감독, 주연배우 구오 타오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동호 위원장은 먼저 “개막작이나 폐막작은 가능한 월드 프리미어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기존에도 자국 외의 나라들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아시아 프리미어 작품을 선정한 적도 있다. ‘크레이지 스톤’은 중국에서 개봉된 인터내서널 프리미어 영화다. 보통 작품성과 재미를 감안해서 개·폐막작을 선정하는데 이 작품의 경우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점까지 포함해 3가지 측면을 높게 평가해 폐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닝 하오 감독은 “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전작 ‘향’ ‘몽골리안 핑퐁’은 영화의 메시지가 강하다 보니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어 재미와 흥행 요소들을 고려해 가볍게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공장 보안과장 바오를 연기한 구오 타오는 “부산에 처음 왔다. 중국이나 한국 영화 사이에 작품이나 제작시스템의 흐름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향후 양국 간에 좋은 교류가 많기를 바란다”고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밝혔다.

구오 타오는 영화 속에서 전립선염에 걸린 중년의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했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했다. 극중에서 바오 과장은 공장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 전립선염에 시달린다. 그러나 모든 어려움이 해결되면서 자연적으로 회복한다. 그런데 바오 과장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도 실제로 전립선염을 앓다가 영화 촬영 종료 시점에 맞춰 병이 나았다는 것.

이에 대해 닝 하오 감독이 “전립선염에 대한 얘기는 기자회견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중국에서도 같은 질문이 나와 중국 사람들이 실존 인물의 전림선염 투병 경력을 알게 됐는데, 이러다가는 온세계가 사람들이 알게 될 것 같다. 그 분에게는 사적인 문제이므로 존중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장내에 웃음이 번졌다.

닝 하오 감독에게 영화 철학과 원칙을 묻자 그는 “철학이라기 보다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원칙이다. 최고의 장면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찍는다. 생활과 관련해서는 7시간을 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스물 몇 시간 일하고 7시간 자고, 다시 스물 몇 시간 일하고 7시간 자고…. 결국 잠에 관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재미있게 답했다.

차기작 구성에 대해서는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라는 점”이라며 “많은 관객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고, 그 외에 부분에 대해서는 차차 생각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대중적 흥행에 성공함과 동시에 스타 배우 없이, 저예산(제작비 300만 위안·한화 3억9000만원)으로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모범을 제시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영화 ‘크레이지 스톤’은 20일 저녁 7시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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