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發 드라마 판도 지각변동 오나

케이블TV로 드라마가 몰린다.

그동안 케이블ㆍ위성TV 채널은 지상파TV 드라마를 재방송하거나 외화를 수입해 편성하는 창구에 그쳤으나 사정이 달라졌다. 지상파TV 수준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드라마들이 케이블TV를 통해 속속 방영된다. 드라마 업계 판도가 크게 바뀌는 지각변동이 올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tvN의 '하이에나'와 채널CGV의 '프리즈' 등을 그 시발점이자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고 있다. 첫번째 주자로 나선 드라마들이 성공을 거둘 경우 변화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일단 그 시도는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tvN '하이에나'는 섹시 코드의 접목과 윤다훈 등 출연진의 코믹연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케이블TV로서는 2%대 시청률도 대단히 높은 수치이지만 케이블TV 드라마가 시청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O.S.T에 참여하는 등 드라마 외적으로도 지상파 부럽지 않다. 위성 DMB TU미디어 방송도 결정됐고 세계적인 메이저 배급사를 통해 해외 배급도 추진 중이다.

이서진ㆍ박한별ㆍ손태영이 출연한 5부작 드라마 '프리즈'는 10월27일부터 5일간 연속 방영됐다. 이 작품은 다른 TV 드라마와는 달리 필름으로 제작돼 영화 같은 영상미를 자랑한 사전 제작 드라마.

방송 이후 게시판에는 고급스러운 영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방송에 앞서 이미 지난 7월 일본에 선판매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드라마들의 케이블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OCN은 배두나와 김민준 등이 출연하는 사전제작 드라마 '썸데이'를 11일부터 방영한다. 그 외 케이블채널 방영을 전제로 액션과 추리물 등 각종 장르드라마들이 활발히 기획되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들의 '케이블TV행'은 케이블 채널과 드라마 제작사의 입장이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자체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드라마 재방송권을 케이블채널에 판매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반 케이블채널들은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한류열풍으로 인한 해외 배급 역시 자체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됐다.

외주제작사 입장에서는 지상파 방송의 고정된 드라마 수요로 인한 매체의 한계에 봉착했다. 방영 편수는 한정돼 있는데 비해 제작사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외주제작사가 코스닥 상장 등으로 대형화되면서 계속 매출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점도 케이블 행을 촉진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영화는 여러 번 방영하기가 힘들지만 드라마는 케이블TV에서 반복해 방송할 수 있는 콘텐츠"라며 "케이블TV로서는 당장 큰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채널 이미지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수익 재투자 차원에서 드라마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지상파TV에 비해 케이블용 드라마가 크게 나쁘지 않다. 물론 PPL(간접광고) 액수가 지상파에 비해 크게 적어 불리하고 미술비용까지 직접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이 지급하는 제작비는 약 2억원 선으로 지상파보다 두배 가량 많으며 해외판매 수익배분 역시 지상파 방송보다는 유리한 조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요인은 대작드라마들의 케이블행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해외판매 수입 등으로 막대한 제작비를 보전해야 하지만 현재의 조건상 지상파에서는 쉽지 않다"면서 "자본력 있는 제작사들이 생겨나면서 사전제작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랜 시간 준비한 사전제작 드라마가 케이블TV로 가고, 지상파에서는 방송 시간에 쫓겨 '쪽대본'으로 만든 드라마가 방송되는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표현 영역 면에서도 케이블TV가 가지는 장점이 있다. 표현의 소재나 수위가 더 자유롭기 때문에 지상파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케이블TV와 지상파의 드라마를 비교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지상파 방송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노하우와 시스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케이블TV 드라마들이 지상파TV 드라마와의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뿌리 내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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