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온 아쟁 독주회

가장 낮은 소리로 따뜻함을 느낀다

애잔한 선율, 추위를 예감하는 비가 주적주적 대지를 적실 때 들려올듯한 소리. 아쟁은 그렇게 사람들의 허전한 마음 한구석을 따스히 품어 줄 선율을 지녔다.

요즘 일기예보는 비가 몇차례 뿌리고 기온이 뚝 떨어질 것이란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겨울을 준비하며 한해를 정리하라는 자연의 섭리를 알려주듯 말이다.

경기도립국악단에서 아쟁 수석을 맡고 있는 이시온씨가 아쟁 독주회를 연다. 오는 9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목요상설 ‘젊은 감성 열린 공간’ 일환으로 참여한다.

우리 음악에서 가장 낮은 음역을 연주하는 아쟁. 관악 합주곡이나 관현악 합주곡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주요 악기지만 독주회 형식으로 열리는 공연은 많지 않다. 그래서일까. 공연 제목이 ‘묵음현음’(默音顯音)이다. 드러나지 않는 소리. 그러나 드러나는 소리란 뜻처럼 조용하면서 깊이 있는 음색이 기대된다.

그는 이번 독주회를 위해 초연곡 2곡을 선보인다. 경기도립국악단을 지휘했던 이준호씨(KBS국악관현악단 지휘자)가 작곡한 ‘들길에서’와 이정면씨(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단원)의 ‘기억의 고집’이 그것.

‘들길에서’는 가을바람 해질녁 들길에서 붉게 물든 저녁 하늘과 함께 추수가 끝난 빈들판을 연상하며 은은한 아쟁과 신디사이저가 결합된 작품이다. ‘기억의 고집’은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기억의 고리로 풀어냈다. 이어 ‘우후정원(雨後庭園)’은 지난해 4월 타이완(臺灣)에서 열린 한·대 교류 음악회 연주곡인 ‘비파독주곡’을 김용호씨가 소아쟁 독주곡으로 편곡했다. 비가 내린 후 맑고 청아한 정원의 모습을 생명력 있게 묘사했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전수자로 실내악단 ‘닮은 사람들’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현재 한국외대에서 한국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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