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미치면? 즐거운 인생~

한바탕 웃음 속 인생사 철학 담아 신선한 문화자극… 수원공연 성료

뮤지컬, 연극하면 떠오르는 서울 대학로…. 한번쯤 찾아가 보고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경기도에서 찾아가려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결국 영화나 한편 보고 말아야하는 도민들을 위해 ‘대학로 뮤지컬’이 수원에 왔다. 연극이 넘쳐나는 대학로에서도 성공한 작품으로 정평이 난 ‘루나틱’이 11일 수원시 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 아트홀 무대에 올랐다.

작품을 본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루나틱!(미치광이같은, 엉뚱한)’ 배우들이 객석을 뛰어다니고, 점잖게 의사로 분한 배우가 가수로 돌변하고, 심지어는 객석의 관객들이 자신의 정신상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한바탕 난리부르스 공연 이후 의외로 관객들 머리 속에 남겨놓은 생각들이 많다는 점도 특이하다.

‘루나틱’의 공연은 모두 4막으로 이어진다. 중간중간 재미를 위한 막간극들이 심각해질 수도 있는 소재들을 대신해 흥을 돋운다. 각 공연의 주인공들은 대학로에서 막 날아온 배우들인만큼 격렬한 에너지로 무대 위를 뛰어다닌다.

루나틱은 주요 캐릭터는 5개다. 1막의 나제비, 2막의 고독해여사, 3막의 무대포, 4막의 정상인, 그리고 환자들을 공연내내 돌봐주는 굿닥터.

뮤지컬 ‘루나틱’을 연출하고, 무대 위 무대포로 등장하는 백재현의 컬러링은 친절한 의사 굿닥터의 노래다. “매일 매일 사는 게 재밌나요~ 세상 일이 맘대로 되나요~그럴리 없죠. 하루에 열두번도 더 미쳐버릴 일이 생기죠~”

하루에 열두번도 더 미쳐버릴 것 같은 일을 겪으며 살아가야하는 관객들을 달래주는 노래와 함께 우리 인생사에 대한 신랄한 철학이 루나틱 안에 녹아있다. 너무 신랄해서 살짝 선을 넘는 장면도 있지만, 얼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다.

이날 공연에 참석한 객석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은 친구가 미국으로 이민간다는 이야기, 결혼한지 얼마 안 됐다는 이야기, 공무원 필기시험에 붙었다는 이야기… 대학로 소극장 공연이 그렇듯이 객석의 반응을 바로바로 이끌어내고 진행자 굿닥터는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간다.

루나틱의 수원 상륙 전, 서울 대학로에서 루나틱을 본 사람에게 들은 소감 한마디. “살짝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

이날 공연의 감동은 연말에 수원에서 다시 한번 이어진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사진=김시범 기자 sb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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