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60%가 ‘간접흡연’ 노출

■ 한림대병원, 안양지역 임신부 412명 실태조사

임신부들의 가정 내 간접흡연 양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공동연구 강정배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이도훈 국립암센터 진단의학과 과장)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보건소 금연클리닉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안양지역 임신부 412명을 대상으로 간접흡연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배우자가 실내흡연을 하는 경우 임신부의 담배연기 노출도가 실외흡연을 하는 배우자를 둔 임신부보다 3.4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412명 중 일상생활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됐다고 응답한 임신부는 60.4%(249명)이었고 노출장소로는 공공장소 42.1%, 자택은 33.6% 등이었다. 특히 동거가족 내 흡연자가 있다고 응답한 임신부 175명 가운데 90.8%(157명)가 남편이라고 답변, 임신부가 있는 가정 내에서의 간접흡연의 주범은 배우자인 남편으로 밝혀졌다.

흡연자가 있는 175명 중 집안에서 완전 금연하는 경우 99명(56.6%), 베란다나 화장실 등 일정 공간 흡연 66명(37.7%), 거실과 침실까지 자유롭게 흡연하는 경우 10명(5.7%) 등으로 나타나 집안에 임신부가 있는데도 10명 중 4명 이상이 실내에서 흡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00년에 비해 임신부가 있는 가정의 경우 일반 가정에 비해 실내 완전 금연은 늘고 실내 자유 흡연은 줄었으나 베란다·화장실 등 실내흡연율은 오히려 늘었다.

흡연가족을 둔 임신부 175명 중 과거 흡연 경험이 있는 임신부는 34명(19.4%)이었고 흡연가족들의 실내 자유 흡연은 14.7%(34명 중 5명)로 비흡연 임신부군의 실내 자유 흡연 3.5%(141명 중 5명) 보다 훨씬 높아 흡연경험이 있는 임신부일수록 남편의 실내흡연에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초기 임신부에 비해 임신 20주일 이상의 임신부에서 담배연기 노출도가 2배 이상 높게 나타나 임신부들이 임신 초기에는 간접흡연에 대해 조심하는 경향이 많고 중기 이후로 갈수록 느슨해졌다.

임신부의 간접흡연은 태아에게 여러 가지 악영향을 끼친다. 우선 담배연기 속의 니코틴이 태반혈관을 수축시켜 태아의 발육에 필요한 산소의 공급을 제한하고 담배연기 속 일산화탄소(CO)가 혈액 내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저산소 상태를 악화시키는 한편 여러 화합물이 태아에게 전달돼 태아발육에 지장을 초래한다.

이 결과 분만 후 신생아 체중이 40~80g 줄고 영아의 호흡기 감염과 천식 증가, 뼈나 심장·혈관 발육의 저하, 소아 암발생률 등이 증가할 수 있다. 최근 해외 연구에 의하면 간접흡연에 노출된 임신부는 비노출 임신부에 비해 유산 확률이 1.67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임신부는 흡연경력이나 임신기간의 길고 짧음을 떠나 자신과 태아의 건강보호를 위해 배우자의 실내흡연을 허용해선 안되며 임신부가 있는 가정은 임신부의 간접흡연 방지를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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