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버지들’ 노래로 뭉쳤다
“너희 아버지는 뭐 하시니?” “우리 아버지는 노래하세요.”
그들은 전문 성악가가 아니다. 직장에서 일반인과 똑같이 산업전선을 지킨다. 또 조금이나마 넓은 평수의 집 장만을 위해 적금을 붓는 평범한 이웃이다. 그러나 그들의 단 하나 공통점은 노래하는 삶을 산다는 것.
지난해 4월 창립한 용인시 여성회관 아버지합창단(단장 김형일·지휘자 강형문) 단원들은 누구보다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아버지다. 그동안 크고 작은 무대에 서면서 가족애가 한층 두터워졌고, 무뚝뚝한 아버지에서 노래하는 아버지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용인에 거주하는 단원 50여명은 교수, 의사 등 전문직과 자영업, 일반 직장인들이 모인 아마추어 단체다. 평균 연령이 40대 초반으로 여성회관과 문예회관에서 매주 2회 정기연습을 하고 있다.
강형문 지휘자는 “하는 일은 모두 다르지만 노래를 통해 건강한 아버지들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창단 이후 1년 반 정도의 짧은 기간이지만 그들이 일궈낸 노래텃밭은 알차다. 지난해 5월 첫 데뷔무대는 5월5일 모 공중파 방송국에서 주최한 창작동요제.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 공연은 단원들의 무대공포증을 일소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용인남성중창단 초청음악회와 용인시립청소년오케스트라단과 함께 한 찾아가는 음악회, 연말연시 홀로 사는 노인 및 소년소녀가장돕기 자선음악회 등 10여회가 넘는다. 특히 아마추어 합창제로는 꽤 알려진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에선 창단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비록 전문 성악가들은 아니지만 바쁜 일정에도 노래 연습에 매진하는 아버지합창단이 30일 오후 7시30분 그들만의 첫 정기연주회를 마련한다.
용인시 여성회관 큰어울마당에서 열리는 제1회 아버지합창단 정기연주회는 추위가 엄습한 요즘 따뜻한 음악의 선율을 선사한다. 1부는 용인시교향악단이 출연해 모짜르트의 ‘대관식 미사’를 연주하고 소프라노 장성경씨와 앨토 김성민씨, 테너 김영진씨, 베이스 윤건형씨 등이 출연한다.
2부는 본격적인 아버지합창단의 저력을 보여주는 순서. 영화 ‘러브 스토리’ 삽입곡인 ‘A Time For Us’와 ‘라 밤바’, 러시아 민요 ‘툼 발라라이카’, 민중가요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와 ‘상록수’ 등을 선사한다.
소나무와 관련 작품을 마지막에 선곡한 것은 푸른 소나무처럼 세상에 우뚝 선 아버지의 변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강형문 지휘자
“노래하면서 단원들 가정 화목해졌죠”
“노래하는 아버지들은 가족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화목한 가정을 리드하죠.”
창단때부터 아버지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강형문 지휘자(40·용인음악협회장)는 노래가 아버지들의 건전한 놀이문화를 만든다고 말한다.
“단원들이 비록 아마추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를 하면서 가족간의 유대가 깊어졌고, 무엇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흐뭇해 합니다.”
지난해 거창전국합창경연대회 동상 수상 이후로는 초청공연 문의도 빈번하다. 강 지휘자는 “창단한지 얼마되지 않아 어깨가 무겁다”며 “용인 지역간의 거리감을 좁히고, 어려운 계층을 찾아다니며 연주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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